성과 보이는 위 스타트 마을 17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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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성남 중탑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위 스타트 성남마을 크리스마스 잔치에서 아이들이 흥겹게 레크리에이션 공연을 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이젠 학교가 재미있어요. 친구들도 잘 해주고 있고요."

위 스타트(We Start) 안산마을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민수(11.가명)는 한동안 철저히 외부와 단절하고 살았던 아이다. 가난과 정신질환에 시달린 홀어머니는 민수를 그냥 내버려뒀다. 씻지 않는 민수의 몸에선 항상 악취가 풍겼고 이 때문에 학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왔다. 우울증에 빠진 민수는 지난해 말부터 아예 등교를 포기하고 집안에서만 칩거했다. 그랬던 민수가 올 여름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7월부터 학교도 다시 다니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

민수의 변화는 위 스타트 마을의 세심한 지원 프로그램 덕분이다. 민수를 발견한 위 스타트 센터 관계자들은 올 초부터 가정방문과 대학생 자원봉사자의 멘토(상담자) 활동 등을 연계해 지원했다. 특히 6, 7월 두 달간 멘토를 맡은 대학생 박모(25)씨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민수의 거부에도 끊임없이 '희망'을 이야기하고 같이 놀아줬다. 민수도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열었다. 6월 말부터 멘토와 축구를 하고 공연 구경도 가더니 처음으로 목욕탕에도 갔다. 정신 치료도 받았다.

민수와 두 동생은 두 달 전 뿔뿔이 흩어져 각기 다른 아동복지시설에 수용돼 있다. 어머니가 위 스타트 센터의 도움으로 정신 치료를 위해 입원했기 때문이다. 이혜숙 안산 위 스타트팀장은 "민수가 멘토에게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배운 것 같다"며 "가족과 헤어지고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대견스럽다"고 소개했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와 최소한의 건강.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마을인 위 스타트 마을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마을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다. 프로그램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양상은 특히 1년여 전 가장 먼저 위 스타트 마을을 가동한 ^성남 ^군포 ^안산 등 경기도 세 곳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사업이 초기 단계인 나머지 아홉 개(서울 두 개, 강원도 세 개, 경기도 네 개) 마을의 아이들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군포 마을 공부방의 한자반 아이 10명은 지난달에 '작은 성공 신화' 하나를 일구었다. 한자 능력 검정 시험 7, 8급에 전원이 합격한 것. 공부방 교사 권은영씨는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시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응시를 꺼리던 아이들도 권씨의 정성스러운 지도에 '한번 해보자'는 의욕이 생겨 나중엔 밤늦게까지 공부 경쟁을 벌였다. 권씨는 "아이들이 난생 처음 상장(자격증)을 받았다며 기뻐하고 있다"며 "내년엔 한 등급씩 높여 다시 응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가난 때문에 공부에 손 놓고 떠돌던 아이들이 일대일 맞춤형 지원을 받으면서 숨은 잠재력을 발휘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노점상을 하는 외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경환(9.가명)은 요즘 '수학 박사'로 통한다. 성남 마을 공부방에 들어온 4월만 해도 20점 수준이었던 수학 성적이 최근 80점대로 몰라보게 올랐기 때문이다. 담당 사회복지사 이명심씨는 "칭찬과 관심이 경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세 개 마을은 아이들에게 육체와 정신 건강검진을 실시, 문제점이 발견된 아이는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면서 공부방에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성남 마을 중탑복지관 김도훈 대리는 "난폭하거나 놀림 받던 아이들이 최근 의젓해지고 대인관계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 순항하는 지역 네트워크=위 스타트 마을 주변의 각급 단체,학교,기업,병원 등이 참여하는 지역 복지 네트워크가 날로 탄탄하게 구축돼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3개 마을은 위 스타트 센터-학교-공부방-자원봉사자 사이에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가동중이다. 이들 관계자는 정기모임을 갖고 마을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재훈 기자 <ljhoon@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 위 스타트(We Start) 운동은=사회 구성원 모두(We)가 나서서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에게 복지(Welfare)와 교육(Education)기회를 제공해 가난 대물림을 끊어주자는 운동으로 2004년 5월 시작했다.

▶위 스타트 마을 조성

▶건강지킴이 만들기(진료 및 치료)

▶후견인 맺어주기(1대 1 결연을 통한 경제적.정신적 지원)

▶희망의 집 꾸미기(아동복지시설 환경 개선) 등 5대 핵심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 위 스타트 운동 참여하려면

-참여 문의:02-318-5004

(오! 천사)

-급여에서 후원금 자동이체(1 계좌에 월 1004원)

-일반 후원계좌로 송금

(예금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외환은행 068-22-01286-6

우리은행 052-581567-13-101

하나은행 399-81005-31705

농협 1082-01-001966

국민은행 815601-04-025882

조흥은행 907-03-003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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