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도 괴로운 이산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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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산가족들은 상당수가 만나고도 괴로움을 겪고있어 이산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고있다.
이같은 사실은 5∼6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한국방송공사가 주최한 학술연찬(분단한국의 가족문제-이산가족)에서 송선희씨 (정문연) 가 발표했다.
송씨는 지난73년부터 84년까지 대한적십자사와 KBS를 통해 재회한 61개 사례의 경우를 조사 분석했다.
조사대상자의 85%가 「못사는 편」 에 속한다.
이산가족이 안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빈곤문제다.
생계마저 유지하기 어려운데 만났을 경우 재회는 당사자에게 큰 부담을 준다.
하류층내에서도 생계가 어려울수록 적응정도가 낮다.
움막에서 살고있는 아버지를 26년만에 만나 남의 집에가서 하룻밤을 자고온 모씨의 아내는『시아버지를 처음 만나고 정이 딱 떨어졌다. 걱정이돼 잠이오지않았다. 나는 솔직이 안찾은것만 못했다』 고 고백하고있다.
이산당시의 상황이 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이산연령이 10세이후면 과거의 기억에 의존할수 있으나 10세이전이면 기억보다는 흉터 고향 유품등에 의존한다.
그만큼 가족여부의 확실성이 문제돼 갈등이 심하다.
또 재회가족들은 처음 만났을땐 핏줄의 존재와 혈육의 정을 느껴 『덜 외롭다』『든든하다』 하던 긍정적 반응이 『처음엔 좋더니 이제는 덤덤하다』『찾으나 마나한 것이 속상하다』 『나를 원망할까 걱정돼 기쁠날이 없다』 『처음엔 반갑더니 자꾸 애를 먹이니 원수같더라』 로 바뀌기도 했다.
재회자들은 가족관계가 핵가족내일때,즉 부모자식간 형제간일땐 교류도 많고 그만큼 갈등도 컸다.
부자·모자간의 친밀한 관계와는 대조적으로 부녀 모녀간은 교류도 적고 갈등도 많았다.
반면 형제·남매·자매간은 잘 적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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