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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영계백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나무그늘 밑 평상위에 둘러앉아 백숙한 닭을 뜯은후 우물속에 담가 이가 시린 수박으로 시원하게 입가심하는 모습은 여름한철 복중의 흔히 볼수있는 풍경이었다.
사람이 사육하는 육축(소·양·말·돼지·닭·개)가운데 우리가 즐겨먹는 쇠고기는 소가여물을 얻어먹을수있는 겨울철이 제맛이지만 닭과 개는 여름철 고기로 알려져 있다.
복중보양식으로 영계백숙과 보신탕으로 알려진 구탕이 손꼽히는것도 그 고기의 맛을 취하기 때문이다.
특히 초봄에 부화, 1백일이되지않은 영계로 끓인 백숙은 연하고 맛이 좋아 유월유두(음력6월15일)부터 말복에 이르기까지 여름철 보양식품으로 아직도 인기가 높다.
유두에는 수단이나 수교위감은 절식이 있지만 영계백숙은 이날부터 진미를 보여주며 이날 해먹는 칼국수는 닭국물에 끓여먹는다.
닭을 백숙한 것으로 뱃속에 찹쌀과 함께 인삼을 넣은 것을 삼계탕 또는 계삼장이라 부르며 충남금산의 삼계탕이 유명하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중소도시에서 이젠 삼계탕집을 흔히 볼수있는데 역시 영계백숙은 집안에서 잘 끓여 즉석에서 먹는것이 맛이 뛰어나다.
삼계탕을 대량소비하고 있는 음식점에선 삶은닭을 따로 저장해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이를 뚝배기에 담고 국물을 부어 다시 끓여 내놓기 때문에맛이 약간 떨어진다.
주부로서 10년전부터 궁중요리 기능을 전수하고있는 김기영씨(56)집의 영계백숙은 친지를 통해 제법 널리 알려진 맛이다.
『바깔양반이 사업을 하고있어손님이 많아요. 음식이 상하기쉬운 여름철에 다른요리 한가지와 영계백숙을 마련하면 그런대로 푸짐한 상이 되지요. 여름철 식구들에게도 백숙을 자주해 먹입니다』
영계백숙의 맛은 우선 닭고기 고르는데서부터 시작된다고 김씨는 말한다.
냉동닭은 방금 잡은 생닭보다 맛이 떨어진다.
몸무게 8백g 내외되는 1백일닭을 잡아 배를 옆으로 가르고 갈비에 붙은 허파·콩팥·쓸개와 몸속의 목줄까지 다 끄집어 낸후 깨끗이 씻는다.
찹쌀을 물에 담가 한시간 정도 불린후 대추 밤 통마늘과함께 뱃속에 채워넣고 다리를엇갈리게 물려서 속이 터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닭 크기의 5배정도되는 물을 일단 펼펄 끓이다가 여기에 닭을 넣어 센불에 20분정도, 중불에 한시간정도 푹 곤다.
생닭을 사올때 머리와 발을 버리지말고 가져와 닭을 골때 함께 넣어 끓이면 구수한맛을 더 살릴수있다.
다 끓인후 노랗게 뜨는 기름을 모두 건져내고 뽀얀 국물만을 쓰도록 한다.
가는파를 곱게 썰고 소금과후추를 곁들여 내는데 열무김치나 물김치도 함께 내는것이좋다.
기름기 많은닭국물을 시원한 물김침와 함께 먹는 것 또한 여름철의 별미가 아닐 수없다. <김징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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