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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우주무기 제한회담」 제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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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일요일 저녁 백악관에서는 워싱턴주재 외교사절단을 위한 바비큐식 만찬이 베풀어졌다. 이 자리에서 외교사절 단장인 소련대사 「도브리닌」 의 좌석은 「레이건」 대통령과 「술츠」 국무장관 사이에 마련되어 있었다. 세사람은 주위에 앉은 다른 외교관들을 도외시하고 오랫동안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했다.
만찬이 끝난 다음 「레이건」 대통령이 3백80여명의 외교사절들을 전송하고 있는 시간에 「술츠」 국무장관은 다시「도브리닌」 을 구석으로 데려가서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29일 소련이 미국에 대해 「우주의 군사화방지협상」을 하자고 제의한 이래 워싱턴과 모스크바 사이에서 전개되고있는 치열한 외교경쟁에서 이날의 비공식 3자 회담이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소련의 제의와 미국측의 역제의로 어어지고 있는 미소간의 외교 줄다리기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 주제가 되고 있는 「우주무기」 나 핵무기 자체에 과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과녁은 선거의 해를 맞은 미국국민과 중거리 핵무기의 배치를 앞두고있는 나토 회원국 여론이다.「레이건」 행정부는 무기경쟁을 핵분야에서뿐 아니라 우주무기 분야로까지 확대시킬 경우 소련이 최소한 경제력면에서의 역부족으로 기진맥진해서 미국의 적수자리에서 밀려나리라는 생각을 품고 있다.
그것은 곧 「레이건」 이 추진해온 힘의 우위를 통한 외교정책의 근간이다.
이에대해 소련은 양대 핵협상에서 철수하고 올림픽에 불참하는 등의 일련의 공세로 동서냉전의 책임이 「레이건」 에게 있다는 인상과 「레이건」의 군사제일주의 성향을 돋보이게 해서 그의 재선에 악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을 추진해온듯 하다.
그래서 미국 정부쪽에서는 소련이 적어도 11월 대통령선거전에는 「레이건」 행정부와 어떤 관계도 갖지 않으려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놓고 있었다.
소련의 최근 제의는 그런 가설과 이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미 행정부는 소련이 이번 제의로 미국을 진퇴양난의 협곡에 몰아 넣으려는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만약 거부하면 미국국민뿐 아니라 서구맹방으로부터「레이건」 이 지나친 냉전논자라는 비판을 받게 되기때문이다.
만약 소련측 제의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소련의 관심사만 들어 주고 핵무기협상은 계속 거부당하는 꼴이 된다.
그대서 미국은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전제아래 핵문제도 같이 논의하자고 역제의한 것이다.
소련측으로서는 자기들의 관심사인 우주무기 제한 협상이 핵협상 재개론까지 확대될 경우 결국 「레이건」 의 힘의 우위에 의한 외교정책에 굴복하는 셈이 된다고 보았다.
그런 배경때문에 소련의 제의가 어느 정도의 성실성을 갖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백악관 만찬석상의 「밀담」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소련측이 진지하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한가지 해석은 소련이 「레이건」의 재선을 이제는 움직일 수 없는 전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선거후에도 협상상대가 「레이건」 이 될바에야 이 시기에 「레이건」과 너무 원수가 되지 않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계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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