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여당이 압승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용직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4.29 재·보궐선거는 피상적으로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실상은, 압승은 아닌 것 같다. 우선 4곳 중 두 곳은 압승이 아니라 패배에 가깝다. 광주에서 새누리당은 11%라는 낮은 지지율로 패배하였고 관악에서도 43% 득표에 그쳤으니, 야권 분열이 아니었다면 이곳에서도 완패했을 것이다. 나머지 두 곳 인천에서는 54%, 성남은 55%로 분명히 완승하였다고 할 수 있지만, 성남에서 야권은 44%를 얻었고 인천에서도 42%를 얻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과 직결된 것이다. 광주에서 공천이 달랐고, 관악에서 탈당후보 출마를 막을 수 있었다면, 문 대표는 두 곳에서 승리를 맛볼 수도 있었을 것이고 선거 결과는 2대2 무승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는 자신이 약속한 '이기는 정당'을 만들기에는 너무도 고답적인 리더십을 보였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를 공천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성완종 사태'가 일어나자 이전처럼 강경론으로 선회했다. '성완종 사태'로 정국을 너무 낙관한 탓이었나.

선거 결과가 야당 참패로 나온 후 그는 이번 선거는 야당에 대한 질책일뿐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이 올바로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강경론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반응이 제1야당 대표의 인식이라면 광주발 야권 신당의 등장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야당이 문제가 심각하다면 여당은 어떤가. 앞에서 보았듯이 선거 결과는 여당의 압승이 아니라 야당의 실책으로 여야 무승부가 살짝 비껴나간 것에 가깝다. 정부 여당은 재·보궐 선거 결과로 현정국을 낙관하면 안 된다. 야당 이상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사실 정부 여당이다. 세월호와 성완종 사태로 추락한 정부 여당의 신뢰를 신속히 회복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공석으로 있는 국무총리직과 수많은 공공기관장직을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나 신속히 적절한 인물로 채우는가는 현정부 능력 평가의 바로미터다.

유권자와 국민은 이번 선거 이후 과연 여당인 새누리당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주목해 볼 것이다. 먼저 정국 운영에서 보수정당 새누리당의 체질 개선이 이루어질 것인가가 관건이다. 대다수 국민의 눈에 정부 여당은 여전히 혼란과 무능의 늪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국회에서 여러 번의 총리 인준 실패로 인한 총리 공백 문제가 불거졌는데, 박 대통령은 이번에 이를 신속하고 시원하게 타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또 여당이 내년 총선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착각하면 독이 될 것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내년 총선까지에 이르기까지엔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정부와 여당이 성완종 사태나 연금 개혁, 경기침체 타개 등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 야당은 여전히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최후 승리를 견인할 유력한 후보자가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여당에 비해 오히려 야당은 박원순·안철수·문재인 등 여당보다 더 잘 알려진 유력 후보자를 확보한 상태다. 이에 비해 2년 후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유력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여당의 최대 약점이다. 유력한 차기 후보자가 성장할 수 있는 전망이 보이지 않는 한 국민들의 관심은 무관심으로, 그리고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것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에 안주하기보다는 국민의 신망을 얻는 유력한 대선 후보자가 나올 수 있도록, 폐쇄성을 극복하고 환골탈태할 것을 집권당에게 강력히 주문해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여당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리더십의 결단이야말로 박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사명이다. 박 대통령은 그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변화의 새 흐름을 이끌어 내야 한다.

김용직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