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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한국 소외는 과도한 해석" … '축복' 발언 이어 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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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외교안보 당정 협의가 1일 국회에서 열렸다. 정부의 외교 전략이 없다는 지적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이 반박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뉴시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새누리당이 정부 외교정책을 놓고 충돌했다.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이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부재를 지적하자 윤 장관이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하는 일이 생겼다.

 당정협의가 시작되자마자 새누리당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오늘 당정은 동북아 외교안보의 급격한 지형 변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우리가 전략적으로 국제정세 흐름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는지 우려 속에 개최한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을 보면서 한·일 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협력의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계속 악화되는 한·일 관계와 한·미 관계에 대한 여러 걱정이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윤 장관이 나섰다. 윤 장관은 “한국이 소외되거나 주변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외교 전략 부재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것으로 아는데 이러한 시각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일 관계 진전과 무관하게 한·미 관계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업그레이드됐으며 (미국에서도) 한·미 동맹을 역대 최상이라 평가하고 있다”며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은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있으며 이를 제로섬 시각에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윤 장관은 “정부는 동북아 정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게 대처해 나가고 있다”고도 강변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대해선 “정부는 미·일 양국과의 적극적인 교섭을 통해 미·일 개정지침에 ‘제3국 주권의 완전한 2015 존중’ 원칙이 명기되도록 했으며, 이는 당연히 한국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사전 동의 없이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위대의 우리 영토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사 문제에 관해선 “우리는 일본 측의 역사 수정주의적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의 역사 문제에 대한 기본 인식과 입장에 대해서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발언에 대해 회의가 비공개로 바뀌자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고 한다. 원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 직후 열린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당에선 우리 정부만 동북아 외교 격랑 속에서 이리저리 저울질하다가 외교적 고립에 처한 건 아닌지에 대한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며 “특히 정부가 여전히 원론적 입장만 있을 뿐 구체적 전략이 부재한 점도 집중적으로 지적하며 적극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우려를 전했고, 정부는 이달 말 열리는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당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심윤조 의원은 “실질적으로 지난 2년간 정부의 말과는 달리 외교적 발전이 전혀 없는 데 대해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며 “윤 장관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실질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윤 장관 등 외교라인의 문책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심 의원은 “불만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구체적으로 문책까지 말할 상황은 아니다”며 “앞으로 외교 당정협의를 자주 열어 당에서 많은 부분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윤 장관이 안이한 현실인식이 논란을 자초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 장관은 외교 전략 부재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던 지난 3월 재외공관장회의에서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결코 골칫거리나 딜레마가 아닌 축복”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날 당정협의에는 당에서 유 원내대표와 원 정책위의장, 국회 외교통일위의 심윤조 간사, 김세연 외통위원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유 장관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나왔다.

이가영·안효성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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