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디지털국회] 시위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켜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군부독재시대에 막바지 극한 상황에서 몰린 민중들을, 일제에 항거하던 전통을 이어 받은 운동가, 선동가들이 '민주화', '노동자 농민 '생존권' 등을 구호로 내걸고 선동하며, 파격적인 방법으로 저항하고 투쟁하다 보니, 기존 법과 질서의 틀을 무시하고 어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다보니, 치안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그들을 저지하려는 경찰을 적으로 보고, 방패를 빼앗고, 화염병을 던지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행위가 대수롭지 않은 일, 있을 수 있는 일로 용인되고, 심지어 시위현장에서는 소영웅적인 행위와 무용담으로 회자되기도 하였었다.

그런 행위와 행태가 문민-국민-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민주화가 진행, 확대, 과도하게 넘치고,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 주장 목소리가 국가와 국민의 총체적 이익의 양보와 후퇴까지도 요구하며, 정면에서 저항할 정도로 커져버리고, 과도하게 넘쳐나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의 뿌리가 되고, 지속되고 확대되어 왔다. 그렇게 보고 듣고 형성되고 굳어진 그 버릇과 습관으로 홍콩에 가서 시위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행위가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입장에서 보면, 이건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외국인 폭도'들일 뿐이다. 이 같은 '외국인 폭도'들을 법대로 제재하고 처벌하지 않는 나라가 있을 수 있을까? 만일 있다면 그건 국가도 아닐 것이다. 이 대목에서, "만일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우리 경찰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런 걱정까지 해야되니 새삼스럽게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경찰로 근무하는 분들에게 죄송하다.

초등학교 학급회의 수준도 안되는, 법과 규칙을 지키지 않는 이런 식의 행위는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서 최고급 의결행위를 하는 국회나 민주노총 대의원 회의 같은 데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상사 같은 일이고 모습이었다. 물리력으로 법안 상정과 의사진행을 막는다거나, 날치기를 저지한다며, 국회의원끼리 또는 같은 당 당원이나 대의원 끼리 서로 멱살을 잡고 몸싸움을 하는 모습 정도는 보통이었다. 그러니 운동권 대학생, 노동자 조합이나 농민단체 등이 주도하는 시위에서 그 정도는 보통이었고, 그러다보니, 홍콩에 간 농민시위대들도 자신들의 시위를 막는 경찰을 보고, 그저 별 생각없이 조건반사적으로 '그 정도'의 행위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생각이고 착각일 뿐이다. 결국, 1997년 7월 1일부터,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로 귀속된 홍콩정부에, '우리나라에서는 늘상 이런 식으로 해왔으니, 이해해 주시고, 선처해 주기 바랍니다'하고 애걸복걸하는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애걸복걸한다고 홍콩정부가 납득해 줄 것인가?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홍콩에서 구속 수감되어 있는 WTO에 반대한다는 '한국 농민 시위대'를 보니 착잡할 뿐이다. 이제 우리정부는 또 무슨 선물을 준비하고 갖다안기면서 '중화인민공화국'과 '홍콩 특별행정구역' 정부의 선처를 애걸복걸해야 할 것인가?

현재의 한국사회는 이전의 군부독재 시대와는 다른 민주화된 사회이다. 따라서 특정개인과 이익단체가 어떤 문제제기와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기 위한 시위는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합법적 시위이어야 한다. 초등학교 학급회의에서 부터 배우듯이 민주사회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법과 질서가 있으며, 이를 어기는 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제재와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홍콩에 까지 가서 폭력시위로 나라망신 시키고, 이를 수습하기 위한 막대한 유형 무형의 사후수습비용을 발생시킨 농민시위대의 경험을 중요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막상 그 교훈은 너무나 간단하고 쉽고 명확하다. 즉, 나라안에서, 더구나 나라 밖에서는 더욱 더, 그 나라의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라안에서 법과 질서의 테두리를 벗어나 깽판 놓고 땡깡 놀면 상응한 처벌을 받게 되고, 결국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의식과 버릇과 습관을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디지털국회 박인성]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