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비노무현계 핵심 인사들은 아직 문재인 대표 체제를 흔드는 수준까지는 나아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공동 대표를 사퇴했던 김한길·안철수 의원의 대응이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9개월 전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이겨야 할 선거에서 졌다”고 했던 김 의원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이겨야 할 선거에서 졌다”는 똑같은 말로 입을 열었다. 사실상 ‘책임론’을 제기한 셈이다. 그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들 걱정이 크다. 나도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하느냐’고 묻자 김 의원은 “내가 할 얘기는 아니다”고만 했다.
반면 안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 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면담을 요청했다. 안 의원은 문 대표를 만나 “5월 초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합의 추대로 진행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뜻을 전했다.
“원내대표 선거로 다시 갈등이 표출될 수 있으니 문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선거 결과가 다시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다. 문 대표는 “출마자들이 모두 의지가 강해 힘든 일이지만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 참모는 “사람이 어려울 때 벼랑으로 밀어 버리는 건 리더의 자세가 아니다는 게 안 의원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진보는 분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번 선거의 준엄한 가르침”이라며 “단기간에 지도부를 흔들고 바꾸는 일은 그만하는 게 옳다”고 문 대표를 엄호했다.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와 대결했던 박지원 의원은 “야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호남에서 지탱해줬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건 모두 우리 당의 책임”이라며 "머릿속에 있는 모든 걸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