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보전금 '못 받은 돈'이 9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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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공직선거 출마자 중에서 선거비용 보전금 반납에 가장 불성실한 집단은 교육감 선거 후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별 보전금 반환액과 징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역대 교육감 선거에서 발생한 선거보전금 반환대상액은 118억8120만원이다. 이 중 114억9000만원이 징수되지 않아 미환수율이 97.3%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의원(42.2%)·광역의원(37.7%)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고액 미반환자 순위 1~4위가 전직 교육감 및 교육감 후보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35억2444만원으로 가장 많고 이원희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30억4616만원),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28억2515만원), 강원춘 전 경기도교육감 후보(15억7000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5위부턴 액수가 5억원 이하로 급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각각 벌금 500만원,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상급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조 교육감은 33억8400만원, 문 전 교육감은 32억6420만원을 반납해야 한다.

 이 전 후보와 공 전 교육감은 국세청이 매달 200만원가량을 압류하고 있지만 모두 갚으려면 각각 127년, 117년이 걸린다. 강 전 후보의 경우 서류상 ‘무재산’이라 징수가 아예 불가능하다. 1300여만원을 낸 곽 전 교육감은 2013년 1월 이후에는 징수 내역이 전혀 없다.

 전문가들은 “선거구가 넓은 교육감 선거는 비용이 많이 들어 반환하기 쉽지 않지만 도덕적 해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선거 범죄로 기소된 이후 재판 과정에서 재산 명의를 돌려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은 재선을 위해 열심히 갚는 편이지만 교육감은 한 번 선거범죄자로 낙인찍히면 재기하기 어려워 포기한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후보가 선거 범죄로 기소될 경우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거비용 보전을 유예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신진 기자 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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