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딩동 ! '마케팅 … 연 1조 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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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까지 누계 매출은 9119억원. 보통 한 달 매출이 900억원 안팎이어서 연내 1조원 돌파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중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을 빌려줘 매달 받는 임대수입이 7000억원에 이른다. 이 돈은 코디라 불리는 웅진코웨이의 사원이 벌어들인다. '코웨이 레이디'란 뜻의 코디는 가가호호 방문해 렌털과 방문판매.애프터서비스(AS) 등 1인 3역을 한다. 30~40대 주부가 주류인 이 코디는 전국에 1만200여 명이 있다. 웅진코웨이는 1998년 코디 시스템을 고안했다.

웅진코웨이 금호지국의 김정선 코디가 서울 금호동의 한 고객집을 방문해 공기청정기의 필터를 갈아주고 있다. 김태성 기자

외환위기의 경영난 타개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1997년 100만원이 넘는 정수기를 산 고객의 절반이 사후관리 불만을 터뜨린다는 자체 조사 결과는 웅진코웨이 경영진의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이전까지 웅진코웨이는 방문판매에 의존했다. 부담스러운 가격과 사후점검 불만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짜냈다. 정수기를 고객들에게 다달이 돈을 받고 빌려주고, 방문판매자에게는 사후관리 교육을 해 정기적으로 고객들의 제품을 관리해주는 임무를 맡겼다. 올해 웅진코웨이는 코디 교육훈련비로만 250억원을 썼다.

한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고객의 집에 들르는 코디들은 고객들과 한식구처럼 지낸다. 주방과 화장실을 내 집처럼 드나든다. 이 결과 매년 고객이 크게 늘었다.

2001년에 70만 명이던 고객은 300만 명(5월 기준)으로 불었다. 웅진코웨이영업본부 우정민 전무는 "코디 시스템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제품의 특성에 맞게 짜여 고객의 호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부엌가구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런 코디의 힘을 믿은 결과였다. 대부분의 부엌가구 업체가 대리점에서 고객을 기다려야 하는 반면, 코디는 고객의 이사나 집수리 정보를 미리 접하고 족집게 마케팅을 할 수 있다.

부엌가구 '뷔셀'의 영업실적 20~30%는 코디들이 올려주는 것으로 회사에서 파악하고 있다. 웅진코웨이 금호지국에서 일하는 김정선(37.서울 성동구 행당동)씨는 21일 들른 한 고객의 집이 리모델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씨는 퇴근하기 직전에 지국에 들러 이 고객에 대한 정보를 뷔셀 부엌가구의 해당 지점으로 연결했다. 그러면 뷔셀 소속 리빙디자이너는 경쟁업체의 판촉요원보다 한 발 빨리 고객과 상담할 수 있게 된다. 웅진의 코디 시스템은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정수기 업체 청호나이스는 코디와 비슷한 일을 하는 '플래너' 2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한샘 관계사인 한샘 리빙클럽은 집안 꾸미는 일을 컨설팅해 주는 '리빙 큐레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연회비를 낸 회원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집안 살균을 해주고 간단한 수리.보수를 한다. 웅진코웨이의 렌털 마케팅은 국내 대학 경영학 교재에도 등장했다.

홍익대 경영학과 전인수 교수는 "사용상의 불편함을 정기적으로 해결해 주는 점이 코디 시스템의 성공 포인트"라며 "제품 소유권은 회사에서 갖고 있으면서, 주부 판매원들을 이용해 서비스와 판촉을 겸하는 방법은 전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글=최지영 기자 <choiji@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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