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남북노동자축구대회 실무 방북 불허…이유는 "불순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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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사전 접촉을 위한 한국노총ㆍ민주노총의 방북 신청을 불허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유는 “순수하지 않아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익명을 전제로 “양대 노총의 이번 방북 신청은 순수 사회문화교류 범주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고 불허조치했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 12월 결성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추진위원회와 북한의 조선직업총동맹(직총)과의 남북 노동자 3단체 회의를 위해 지난 27일 개성 방문을 신청했다.

통일부가 본 “순수하지 못하다”의 기준에 대해 이 당국자는 “이번 3단체 회의는 실무접촉을 넘어 양대 노총 위원장과 북한 직총의 현상주 위원장이 포함되며 축구 이외의 다른 것도 논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정치성이 가미된 행사는 남북 접촉이나 방북 승인을 안 해오고 있으며 이번 불허 결정도 그 연장선상에서 내린 것”이라 말했다. 축구 경기에 대한 실무 협의를 위해 남북 관계 기타 분야도 논의 가능한 것 아난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당국자는 “축구는 문건 협의만으로도 할 수 있다. 꼭 (북한 직총 대표와) 얼굴을 맞대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통일부는 양대 노총에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행사 및 “향후 순수 체육활동 위주의 행사를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축구대회만 논의하는 실무접촉은 승인할지의 여부에 대해 그는 “별도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는 남북 분단 전인 1929년까지 서울의 경성축구단과 평양축구단이 서로 장소를 바꾸어가며 열었던 ‘경평축구대회’를 복원하자는 의미로 1990년 부활했다. 이후 2000년 남북 양측은 햇볕정책 아래 경평축구대회 정례화에 합의했으나 경기가 실제로 열린 건 2002년 9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다. 이후 광복 60주년인 2005년 8월과 2007년 경남 창원에서 한 차례씩 열린 후 현재까지 중단됐다. 광복 70주년인 올해 개최를 위해 양대 노총은 선수 선발 등 관련 실무를 진행해왔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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