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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으로 변한 이리, 군산공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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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황량한 보리만 무성하고 들어서야 할 공장은 들어서지 않으니 공단이 아닌 공단이 되였지요』
이곳은 전북최대의 공업단지인 군산임해공단과 이리공단. 수출부국·공업입국·지역개발 의 원대한 꿈을 안고 힘찬 삽질을 했던 곳이다.
군산내항에서 서해바다를 따라 외항으로 이어지는 임해공단 공장굴뚝이 숲을 이루고 뿜어 나오는 연기가 하늘을 덮을 줄 알았던 공단부지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허허벌판을 이루고 다 큰 보리는 추수를 기다려 공단 아닌 잘 정리된 농경지 같은 인상을 준다.

<전북최대의 공단>
이리공단은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경남 마산에 이어 두 번째로 지정된 수출자유지역공단과 귀금속·보석류의 가공수출업체를 한곳에 모아 놓은 국내유일의 보석공단 일반공단 등 3개 공단으로 이루어진 복합공단. 10년 전인 74년에 조성됐다.
그러나 들어와야 할 생산공장은 들어차지 않고 정지된 공단부지가 농지로 전용되고 있는 게 오늘의 실정이다.
이리공단 (이리시 영등동)을 구성하고 있는 3개 공단 중 수출자유지역의 경우 부지 8만8천5백25평 가운데 25·4%에 달하는 2만3천3백72평이 공단조성 10년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은채 6천여 평은 농지로 전용, 보리·참깨를 심고 있다.
귀금속·보석단지도 공단부지 1만3천1백82평 중 34·5%가 빈터로 남아있고 일반공단은 24만3천4백92평이 모두 팔렸지만 대부분 도산과 과다점용으로 은행에 근저당이 설정되는 등 활용되지 않고 있다.

<거의가 영세업체>
입주업체 54개중 50개 (종업원 2천2백79명) 가 가동중이나 가동률은 불과50%에 그치고 있다. 82년 수출실적은 1천7백59만2천 달러로 ,83년은 겨우 1%가 증가한 1천7백77만5천 달러
군산시 소별 동 군산임해공단. 토지개발공사에 매각한23만7천 평을 포함한 공단부지 96만6천 평 가운데 82%인 79만6천 평이 28개업체에 팔렸다.
그러나 현재 가동중인 공장은 14개뿐. 롯데축산·한전·안강망 수협·외항자동차공업사· 성진유업·삼융가스·한국카디널장갑·우풍 화학 등 9개 공장은 공장건설을 착공조차 않아 황량한 들판을 이루고 있고 그 가운데 1만여 평은 일반농가에 무상대여, 30여 농가가 보리를 심고있다.
이리수출자유지역에는 외국인 단독업체 5개 (일본4·서독1), 한일합작 6개, 한미합작 2개, 내국인 단독업체5개 등 모두 18개업 체가 입주해 있다.
외국인13개업 체의 투자액은 지난10년 동안 9백30만 달러.
내국인업체 5개의 투자액 5백만 달러에 비하면 크게 인색한 실정이다.
외국인 투자업체는 입주 후 5년 간 소득세·법인세·재산세·취득세가 면제된다.
또 이익배당·잉여금 분배에도 소득세·법인세가 5년 간 면제되는 등 각종 세제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내국인에 대해서는 수입자유화 품목에 한해 수출량의 20% 범위 안에서 내수판매를 허용하는 이외에는 어떠한 혜택도 없다.
귀금속·보석류 공단에는 53개업 체가 입주, 겉으로 보기엔 제법 활발한 듯 하지만 거의 자본금 3천만∼5천만 원 안팎의 영세업체들.

<선수금 받아 조성>
이리수출자유지역관리소 신종현 사업과장- 『정부가 수출량의 20%를 내수판매 할 수 있게 해준다지만 3푼 짜리 다이어를 가공하여 국내시장에 낼경우 관세50% 특별소비세1백%를 부과, 소비자가격이 1백38만원 정도가 됩니다. 밀수가격58만원의 2배 가 되는 셈이니 시장성이 전혀 없다고 봐야합니다.
이 때문에 업체들끼리 국제시장에서 덤핑경쟁을 벌이다보니 수출가격만 떨어뜨려 78년에 비해 13분의1이하로 급락,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설법이다.
공단 조성우 1백21개 업체가 입주 또는 부지매입계약을 했다가 68개 업체가 취소 또는 해약·도산한 사실만으로도 이를 잘 입증해 주고있다.
군산임해공단은 조성을 시작했던 78년만해도 입주희망자가 몰렸다. 군산시는 무공해업체만을 선발입주 시키겠다는 느긋한 배짱까지 가질 정도였다.
때문에 입주 업체들로부터 부지매각대금을 선수금으로 받아 공단조성을 하기로 했다. 불행하게도 전 세계에 불어닥친 오일쇼크로 입주희망업체들이 주춤하기 시작했고 상당수가 아예 입주를 포기하자 선수금은커녕 공단조성자체가 난관에 봉착했다.
시는 할 수 없이 토지개발공사에 부지를 매각` 여기서 나온 77억 원으로 공단조성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공단조성을 시작한지 7년여에 이르도록 2백1억1천5백만 원밖에 투입하지 못한 채 토지매입의 경우78%인 93만7천 평에 그쳤고 공단부지조성도 88%인 84만8천 평에 그치고 있다.

<외국업체엔 특혜>
이밖에 가로축조·구조물 도로포장 또한 매듭지어진 것이 없고 진입도로 7·5km(폭35m)도4 ·8km만 개설된 채 1·9km는 폭이 18m에 지나지 않으며 공단입주업체들이 함께 이용하고 있는 외항도로10·4m도 당초 계획했던 폭35m가 7∼8m에 그쳐 대형차량의 교행이 어렵다. 인입철도 10·4km는 부지만 확보, 용역설계만 끝낸 채 착공이 안됐다.
이리수출자유지역 심대섭 관리소장은 『내국인에게도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세제상 혜택을 주어야한다』고 말한다.
귀금속·보석가공협동조합의 신철교 부장은 『내수판매에 부과되는 관세를 면세하고 특별소비세를 15%이하로 내려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국제경쟁력을 높여야한다』 고 주장했다.
군산임해공단은 중앙의 지원 없이는 소생의 길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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