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전문 경영인|동양시멘트그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70년대 말 7∼8개의 계열기업을 거느렸던 동양시멘트그룹은 이제는 3개 기업의 단출한 살림으로 줄어들였다.
지난 3∼4년 시멘트산업의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었던 동양시멘트그룹은 계열사의 통폐합을 통한 감량경영과 82년부터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이제는 체력을 회복했다.
군살을 빼고 남은 동양시멘트·동양제과·동양종합산업 등 그룹 3사가 모두 짭짤한 순익을 내고있어 겉보기로는 힘이 준 듯해도 실속은 훨씬 나아졌다는 것이 사내 외의 공통된 평가다, 50년대에 설립, 비교적 오랜 역사를 지닌 동양시멘트그룹은 지난해부터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뤘다.
창업주인 이양구회장(68)이 그룹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앉았고 아들이 없는 대신 이회장의 두 사위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승계 받았다.
이회장은 극히 중요한 일을 제외하고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그룹경영은 이회장의 맏사위인 현재지사장(35)이 맡고있다.
현사장은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법대 재학 시 사법고시에 합격, 검사로 재직하다 이회장의 맏딸 혜경씨와 결혼하면서 동양시멘트의 경영에 참여했다.
77년 동양시멘트이사로 출발, 상무· 전무를 거치며 실무경험을 쌓고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는 등 6년 동안 경영계승수업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시멘트 사장직을 맡으면서 그룹경영전반을 총괄하고있다.
결혼 후 기업인으로의 전신문제를 놓고 매우 망설였었다는 현사장은 이제 스스로 일단은 「성공적인 전신」 이었다고 조심스럽게 평가를 내릴 만큼 이회장이나 사내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
경영책임을 맡고 그룹살림도 펴면서 요즘은 새 사업진출도 모색하고 있지만 젊은 경영인 답지 않게 (?) 신중하다. 젊은 나이를 의식, 집안사람이나 그룹 내 원로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만 맺고 끊음은 분명하다는 평이다.
둘째 사위인 담철곤전무(30) 는 미 조지워싱턴대를 마치고 화경씨와 결혼 후 시멘트회사과장으로 입사했다.
지난해 제과상무를 거쳐 올 봄부터 제과 사장실장(전무) 직을 맡으면서 경영수업을 쌓고있다.
이들 두 사위 외에도 이회장의 부인인 이보희씨와 두 딸도 모두 시멘트·제과 등의 이사직을 맡고 있어 혈연관계가 경영의 축을 이루는 셈이다.
이밖에 남기동 시멘트부회장, 현재천 종합산업사장, 이태성 제과상담역 등이 그룹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주요 경영인들.
남부회장 (65) 은 경성제대 응용화학과를 나와 상공부 공업 국기감, 한양대공대 요업공학과 주임교수 등을 거쳐 쌍룡 양회 상무·전 엔지니어링부사장 등을 역임한 후 78년 동양종합공업사장으로 영입됐다.80년 시멘트사장을 거쳐 작년부터 부회장으로 일선에서는 물러난 상태. 81년에는 기술부문에서 3·1문화상을 받기도 한 기술관계의 전문경영인.
이태성 제과상담역 (62) 은 연대 정치외교 과· 미 미네소타대학원을 졸업한 후 한양대 경제학과장을 거친 경제학자 출신. 73년 제과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시멘트·종합상사 사장 등 주요 포스트를 두루 거쳤다. 명성사건직후 잠시 명성그룹의 사후 수습에 관여하다가 요즘은 동양제과상담역을 맡고있다.
현재천 종합산업사장 (40)은 현재지사장의 친형. 서울대공대 화공학과를 나와 미 미네소타대학원에서 공학박사를 받고 노드웨스턴 대· 캘리포니아 대 연구교수를 거쳐 미 몬산토사의 연구실에서 근무하다 78년 시멘트 부사장으로 영입된 일종의 해외두뇌유치 케이스. 80년부터 종합산업의 경영을 맡고있다.
이밖에 주요 경영인으로는 시멘트의 오병호 민철호 부사장, 제과의 전득준 장준경 노필규 부사장이 있다.
오 부사장 (63) 은 일본산구대 공학부를 나와 해방 전부터 시멘트회사에 몸을 담아 그 후 4O여 년 간 줄곧 시멘트의 생산부문에 종사해온 국내시멘트산업의 산 역사라 할 수 있는 인물.
민 부사장 (52) 은 60년 시멘트에 평사원으로 입사, 잔뼈가 굵어 79년 부사장에 취임했다.
전부사장 (56) 은 육군대령출신으로 67년 재과상무로 취임, 73년이래 제과부사장직을 맡고있고 장부사장 (43) 은 66년, 노부사장(42) 은 67년에 각각 평사원으로 입사해 현직에 이른 케이스다.
최근 유가공분야에 조심스럽게 진출한 동양시멘트산업은 그동안 감량의 고통을 통해 회복한 체력을 바탕으로 첨단산업을 비롯한 새로운 업종참여를 신중히 모색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