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오징어 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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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옛 주막거리나 목로술집에서 아침에 끓여 손님에게 대접하는 국은 대부분 해장국으로 통했다.
해장은 술로 시달린 속을 풀어준다는 의미로 해장술·해장국등이 있는데 지방에 따라 해장국도 재료와 끓이는 법이 다르다.
서울을 중심한 중부지방의 경우 소의 뼈를 푹고아 그 국물에 된장을 얼큰하게 풀고 콩나물 배추·무우·파등을 넣어 끓이다가 선지를 넣어 다시 한번 푹끓인 선지국이 해장국으로 인기를 얻어왔다.
호남에선 「콩나물 국밥」을 해장국으로 흔히 만든다. 콩나물에 새우젓국물을 넣고 깨소금·고춧가루등 양념을 하여 뜨겁게 끓여 땀흘리며 먹는다. 경남에선 조개국인 재첩국, 충남의 올갱이탕이 해장국으로 손꼽힌다.
일반가정에선 북어국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선지국이든 콩나물국이든 모두가 뜨겁게 끓여 그 뜨거운 맛으로 속을 달래는 것임에 비해 동해안일대의 해장국으로 통하는 오징어물회국수는 차고 시원한 맛으로 속을 달래는 이색적인 음식으로 손꼽힌다.
물오징어로 해장을 한다면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한오징어를 국수발 만큼씩 가늘게 썰어 양념으로 비빈 후 냉수를 붓고 얼음을 띄운 오징어물회 국수는 동해안 주민들에겐 잊을 수 없는 일품이 되고 있다.
오징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영양가가 높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단백질은 물론 지방·당질·회분·칼슘에 비타민B1과 B2마저 풍부하게 함유돼있다.
옛 조리서에 해장국이나 오징어요리가 소개된 적은 없다. 그러나 오징어만큼 다양한 요리법으로 미각을 자극하는 식품도 드물다.
오징어물회는 지금부터 8윌까지가 가장 맛있는 때라고 조금숙씨(39·강원도명주군 주문율바다횟집주인)는 말한다. 겨울에 산란한 새끼오징어가 지금가장 알맞게 자라 살이 연하고 쫄깃쫄깃하기 때문이라고.
7년전 주문진부둣가에 바다횟집을 연 조씨는 그동안 서울의 당골 손님도 많이 확보하여 이젠 오징어물회국수를 먹기 위해 왕복6시간의 주문진행도 불사하는 서울손님이 있다고 자랑한다.
국수처럼 잘게 썬 오징어에 봄에는 꽁치, 다른 계절엔 해삼을 썰어 넣고 여기에 배·오이·당근을 채 썰어 얹은 후 파·마늘·풋고추와 통깨·참기름을 더하고 양념한 고추장으로 비빈후 물을 붓고 얼음을 띄워 먹는 오징어물회 국수는 냉동되지 않은 싱싱한 생선을 구할 수 있는 부둣가라야 제맛을 낼 수 있다.
바다횟집의 특색은 회를 만들고 남은 오징어다리로 몇 번씩이나 삭혀서 만든 오징어젓갈을 곁들여 내어놓는 것이다.
집에서 별식으로 만들어 즐길 수 있는 요리로는 오징어순대를 권한다. 먼저 오징어의 속을 깨끗이 씻어낸다.
숙주·배추·부추 고사리·파 등을 각각 삶아서 나물로 마련해 둔다. 여기에 붉은고추와 마늘 다진 것·통깨·밀가루를 조금 섞어 둔다. 두부를 이긴 후 마련해둔 나물과 양념을 섞어 소금간을 약간 한 후 오징어속에 가득 채운다. 오징어다리는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집어넣어 구멍을 막는다.
속을 다 채운 오징어를 찜통에 푹 찐 후 꺼내 둥글게 썰어 담고 양념간장이나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김징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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