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규탄" 광장 메운 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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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장외집회를 연 박근혜 대표·이명박 서울시장, 그리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사학·학부모 단체 회원들이 '사학법 무효'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이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사립학교법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서울.경기 지역 한나라당 당원들과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등 학부모 단체, 사학.보수단체 회원 등 1만5000여 명(경찰 추산.한나라당은 2만5000명 주장)이 참가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윤종건 회장과 뉴라이트 전국연합 의장인 김진홍 목사도 모습을 보였다.

집회장 곳곳에는 '자율사학 억압하는 사학법을 분쇄하자' '빨갱이 키우는 사학법' 등의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청광장에 마련된 연단에 오른 박근혜 대표는 규탄사에서 "이 정권이 경제를 살렸느냐, 국민을 편안하게 했느냐, 외교를 잘했느냐"며 "이 정권이 나라를 망치고 아이들 교육마저 망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대표는 "학생들이 애국가보다 운동권 노래를 더 많이 부르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우리 아이를 지키기 위해 투쟁의 맨 앞에 서서 양보 없이 싸우겠다"는 비장한 의지를 밝혔다.

군부대 위문 일정을 취소하고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명박 서울시장은 "여당이 급한 것들을 다 제쳐놓고 사학법을 날치기한 게 가슴이 아프다"면서 "나라가 사학에 간섭한다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꼭 참석해 달라"는 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연단에 오른 학부모 최미숙씨는 "사학법 개악만이 능사인 것처럼 떠드는 정치권은 우선 학부모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여옥 의원은 "학교는 정치로부터, 교실은 특정한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가 끝난 뒤 박 대표 등 당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촛불을 든 채 광화문 네거리와 시청광장을 오가며 30여 분간 촛불행진을 했다.

13일 명동 집회를 시작으로 거리 투쟁을 해 온 한나라당은 이날 촛불집회를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 싸움'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장외투쟁으로 국민은 물론 당 내부에도 사학법의 문제점이 많이 전파됐다"면서 "당분간 장외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주말에 의원 개인별로 지역구에서 홍보활동을 한 뒤 19일 부산역에서 광장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장외투쟁을 지방으로도 이어갈 계획이다.

◆열린우리당 비난=열린우리당 이호웅 비상집행위원은 한나라당의 장외집회에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동원됐다고 비난했다. 이 위원은 "박 대표가 박사모 회원 4만2000여 명에게 e-메일을 보내 집회 참가를 독려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대변인도 "경기 인근 지역까지 버스를 이용한 총동원령이 내려졌다는 제보가 있다"고 공세를 폈다. 열린우리당은 서울교총 명의로 각급 학교에 보낸 집회 참가 협조공문도 공개했다.

강주안.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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