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앓는 서독경제 지난 10년간 4·1%성장, 실업자 2백만 13년 집권 사민당의 정책실패가 큰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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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독경제는 바다로 추락하기직전 버팀난간에 걸려있는 자동차같다. 그런데도 독일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모른다.
다분히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미경제주간잡지 비즈니스위크 발행인 「부그루세 누츠바움」의 최근 저서에서 서독의 한 신문이 인용한 귀절이다.
「누츠바움」 의 말처럼 벼랑에까지 걸려있다고 속단할순 없지만 최근 서독의 경제지표들을 보면 지난60년대나 70년대에 비해 서독이 앞으로도 계속 「경제대국」 이란 말을 들을수 있을지 의문을 가져봄직하다.
서독연방통계청에 따르면 73년부터 83년까지 10년을 통틀어 공업생산의 실질성장률은 4 1%였다. 그전63년까지 10년간 1백%, 73년까지 10년간 65%증가인데 비하면 최근 10년간의4 1%는 고속으로 질주하던 서독경제가 완전히 「실속」 했음을 보여주고있다.
69년 18만명이던 실업자수가 80년대에 들어 2백만명을 돌파, 도산기업의 수는 3천개 수준에서 한해에 1만단위를 훨씬 웃돌게 됐다. 경제성장률은 69년 7·5% 이던 것이 82년에는 제로성장을 기록했다.
이같은 숫자상의 정체상황은 물론 시중에서도 쉽사리 피부로 느껴진다.
최근 「유럽최대의 오디오센터」 라고 선전되는 서독쾰른의 한 상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반일감정이 몸에밴 한 한국인이 외국에서까지 일본상품을 쓰기가 싫어 『일제말고 서독제로 성능좋은것을 권한다 말했다. 그러자 점원은 의아스럽다는 표정으로 『요새 서독오디오제품 반반한게 어디 있느냐. 서독상표를 붙였다해도 모두 프랑스등 외국기업에 넘어갔다. 일본제품이 최고다』 는 대답이었다.
퍼스컴분야도 비슷하다. 이미 미국에서 한물 지난 제품들이 지난해말부터 서독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해 미국보다 2배내지 3배 비싼 값으로 진열장에 나와있다.
서독은 국제시장에서의 첨단기술제품 시장점유율이 72년의 경우 25%로 32%를 차지한 미국다음으로 2위였었다. 일본은 13%로 훨씬 뒤져있었다.
그러나 82년엔 미국이 35%로 늘어나고 일본이 25%로 늘어난데 비해 서독은 17%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처럼 서독경제가 선두그룹에서 낙오위협을 받게된 이유는 73년의 오일파동과 13년 사민당정권의 경제정책실패라는 두가지.
69년 1백만 마르크이던 정부의 빚은 82년에는 4만배로 늘어 4백억마르크를 기록했다.
82년 사민당정부가 물러나며 이같은 상황의 서독경제를 떠맡은 「콜」 수상의 기민당정권은『시장경제의 르네상스를 통한 경제성장』을 꾀하고있다.
콜수상은 이를위해 ▲재정적자를 줄이기위한 정부예산의 축소▲국영기업의 일부 사유화▲미래산업에 대한 재정지원▲능률을 해치는 관료주의 타파등을 내세우고 이를 스스로 『80년대의 마셜플랜』 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 마셜플랜이 또 한차례의 경제기적을 가져오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서독이 관심을 갖고있는 것은 경제성장이라기보다는 어떻게하면 계속 현상유지를 할 수 있느냐에 집중되어있다.【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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