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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측·노건평 '사면 채널' 있었다 … 노씨 "할 말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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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정부 말기 2007년 특별사면의 루트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근들에게서 양윤재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에 관한 특별사면 과정에 관한 증언이 나오면서다.

 MB 대선후보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A씨는 24일 본지 통화에서 “내가 직접 노건평씨에게 양 전 부시장 사면을 부탁했다”며 “사면 요청은 (대선후보이던) MB의 뜻이었다”고 밝혔다. 양 전 부시장은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을 주도하다 구속 기소돼 실형을 살고 있었다. 다음은 A씨와의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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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특별사면을 요청하게 됐나.

 “당시 MB 캠프의 실세 의원이 ‘여러 채널을 통해도 노무현 청와대와 연결이 잘 안 된다. 도와달라’고 하더라. 시기는 MB가 당선되기 이전이었다. 12월 19일 당선 전에 사면을 이미 추진했다. 다만 MB 인수위 차원은 아니고 내 개인적인 차원이었다. 그러니 그것을 ‘MB 인수위’의 뜻이라고 하면 잘못이다.”

 - 노무현 정부 인사들은 사면 요청 경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럴 수 있다. 청와대 법무비서관(공식 라인)이 아닌 노건평씨에게 부탁했으니. 노건평씨가 노 전 대통령에게 직접 사면을 부탁하고, 윗선(대통령)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문재인·전해철 같은 당시 청와대 참모들은 ‘어딘가에서 (청탁이) 들어왔구나’ 혹은 ‘MB 인수위 쪽에서 왔겠구나’ 생각했을 수 있다.”

 - 성완종 전 회장에 대한 사면도 부탁했나.

 “노건평 라인은 확실히 아니다. 노건평씨는 (누군가에게) 그런 부탁을 받으면 나한테 ‘누가 부탁하는데 해줘도 되느냐’고 말한다. 다른 라인이라면 몰라도….”

 - 다른 라인도 있었나.

 “나는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이 했을 걸로 본다. 성 전 회장이 생전 ‘노무현 청와대에 문재인이 아닌 다른 강력한 사람에게 로비를 했다’고 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존재는 노건평씨를 제외하곤 강금원 전 회장밖에 없다.”

 사면 루트와 관련해 MB 측과 노무현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 복수의 대화 채널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노건평씨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문답하고 싶지도 않다”며 전화를 끊었다.

 강 전 회장은 노건평씨 이상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인물이다. 양 전 부시장에 대한 사면 요청이 노건평씨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처럼, 성 전 회장의 사면 요청이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통해 전달됐을 수 있다는 것이 여러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MB 당선인 비서실에서 활동했던 친이계 핵심 인사 B씨가 지목한 루트도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이다. B씨는 “성 전 회장은 강 전 회장과 소위 ‘아삼륙’(서로 꼭 맞는 짝)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말이 맞더라도 성 전 회장과 강 전 회장,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이 모두 작고한 상태라 정확한 사면 루트를 규명하는 일은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는 “다만 성 전 회장은 우리 쪽(MB 캠프 및 인수위)에도 사면을 요청했겠지만 스스로도 노무현 전 대통령 쪽에 이중 로비를 했을 것”이라며 “성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의 법무부에서 사면을 여러 차례 반대했기 때문에 강 전 회장뿐 아니라 MB 쪽에도 이중으로 요청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성 전 회장이 MB 캠프엔 누구에게 부탁했겠느냐’는 질문에 B씨는 “성 전 회장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이상득(SD) 전 국회부의장에게 소개해준 사람”이라며 “성 전 회장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소개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가까워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 전 회장이 2008년 총선에서 공천을 달라고 할까 봐 걱정하는 SD에게 ‘한상률한테 (주저앉혀 달라고)부탁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SD가 ‘그럼 되겠네’라면서 좋아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청장은 성 전 회장과 동향(충남 서산)이다.

 그러나 이 전 부의장의 한 측근은 “성완종 특별사면하고 아무 관련이 없는데 자꾸 엮어 넣어 이 전 부의장이 황당해 한다”고 전했다.

 한 전 청장도 “성 전 회장과 가까운 건 맞지만 내가 이 전 부의장에게 다리를 놔줬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노무현 정부 인사들에게선 사면 루트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당시 사면 업무를 맡았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본지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은 이름도 몰랐다”며 “막판에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모르는 루트로) 다른 경제사범과 함께 들어왔는데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청와대 인사도 “지금이야 성 전 회장이 유명해졌지만 당시는 MB 측근인 양윤재 전 부시장이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같은 사람이 사면 논란의 핵심이었다”며 “‘메인 디시’(양윤재 등)는 몰라도 ‘반찬’(성완종)을 어떻게 다 기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강태화·허진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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