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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총량제 허용해준 방통위, 광고쏠림 어떻게 막을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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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숱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가 어제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 총량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방송 광고의 총량(시간당 최고 18%)만 제한하고 시간·횟수 등을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허용해준 것이다.

 방통위는 방송 발전과 매체 간 규제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한다는 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지상파는 미디어 업계의 갑(甲)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광고 물량을 빨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규제까지 풀어 주면 지상파로 광고 물량이 쏠릴 게 불 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유료방송에선 현재 최대 20%로 돼 있는 총량제 한도를 늘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방통위는 이런 목소리엔 귀를 닫아버렸다. 예를 들어 90분짜리 예능 프로의 경우 지상파에선 16.2분까지 광고시간을 늘릴 수 있게 해준 반면 같은 프로를 유료방송에서 재방송할 경우는 광고시간을 현행대로 18분에 묶어놓은 것이다. 불공정 해소를 앞세운 방통위가 오히려 미디어 시장의 왜곡을 확대하는 결과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방통위는 유료방송이 ‘2%’만큼 이익을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시간당 광고 단가가 최대 30배 넘게 차이가 나는 현실을 외면한 처사다. 이번 개정안이 “방통위의 지상파에 대한 특혜 몰아주기”란 비난을 받는 이유다. 방통위는 또 가상광고의 확대 범위를 스포츠 보도·드라마·예능으로 확대하면서 교양을 제외시켜 교양을 주로 제작하는 중소PP와 케이블TV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교양이 제외된 데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뭔가 석연찮은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지상파에 대한 광고규제 완화로 인한 프로그램의 상업화 가속화와 방송의 질 저하를 막을 수 있는 대책 수립에 즉각 나서야 한다. 현재 1년에 한 번 하도록 돼 있는 사업자의 광고 매출 신고에만 의존하지 말고 상시적 광고 모니터링제를 도입해 결과를 매달 공개하고 지상파로의 광고 쏠림이 발생할 경우 즉각 보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