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같은 곳, 다른 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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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1국>
○·박정환 9단 ●·탕웨이싱 9단

제5보(50~58)=우변 50은 안정의 급소. 51은, 백이 외면한 곳이므로 후수일망정 이렇게 중앙으로 단단하게 머리를 내밀어두는 게 낫다는 뜻. 차후 흑 세력에 얽힌 백 일단을 포획하더라도 좀 더 크게 삼킬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그럼, 박정환은 왜 백51, 흑A로 선수 교환해둘 수 있었던 요처를 외면했을까. 그 답은 우상 쪽 52에 있다. 선수를 뽑아 급하게 가야 할 곳이라는 판단인데 잠시 뒤에 알게 될 일이지만 우하 쪽 백 일단은 그렇게 하고도 움직일 여지가 있다는 속셈이다.

 검토실의 젊은 프로들은 일단, 이 방향전환에 고개를 끄덕였는데 담백하게 날일자로 움직인 52에, 박영훈 9단이 이견을 제시했다.

 “여긴, ‘참고도’ 백1로 하나 붙여뒀어야 했어요. 그 다음에 손을 빼더라도 그게 낫습니다. 나중에 흑a로 잡더라도 백b로 막는 리듬이 생겨서 실전보다 득입니다.”

 실전은, 그냥 52로 가는 바람에 53을 당했다. 54는 활동공간을 넓히며 좌상 쪽 백 세력과 연계하겠다는 입체화전략인데 탕웨이싱은 55로 들여다보고 57로 미끄러진다. 소금처럼 짠 실리행마. 우하 쪽 58은 준비된 도발인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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