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법인 … 시내면세점 승부수 던진 정용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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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신세계그룹이 ‘마지막 유통 황금알’로 불리는 시내면세점 사업을 위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손을 잡고, 현대백화점은 강남 지역 고품격 면세점을 앞세우고 있는 ‘면세점 대전’에서 정용진(47·사진) 부회장이 꺼내든 승부수다.

 신세계는 21일 면세점 전문 법인인 ‘신세계디에프(DF)’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신세계 그룹이 100% 출자해 직접 챙기는 구조다. 법인 대표는 신세계조선호텔 성영목 대표가 맡고 향후 면세 사업 전문가들을 대거 충원키로 했다.

 신세계는 “성장 잠재성이 큰 면세 사업을 전문화시켜 그룹차원의 전략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라고 별도 법인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세계 1위 면세기업인 듀프리(Dufry)와 2위인 디에프에스(DFS) 등은 독립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세계 역시 세계 시장 진출까지 염두해 두고 독자적인 운영능력을 갖춘 별도의 면세점 전문 회사 형태로 간다는 입장이다.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그룹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3조3500억원을 투자 예산으로 잡은 만큼 면세 사업 진행상황에 맞춰 신규 법인에 적극 투자할 방침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규법인을 그룹 아래 둔 건 신세계가 백화점·프리미엄아울렛·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을 관계 회사로 두고 있어 면세점과 시너지가 가장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독립법인 설립이 예견된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적자가 심해 추가로 면세 사업을 맡을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159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세계 측은 “호텔부문은 흑자인데 지난해 4월 문을 연 김해공항 면세점이 임차료 부담으로 적자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내세운 콘셉트는 ‘프리미엄 문화 면세점’과 중소기업과 상생을 하겠다는 ‘동반 면세점’이다.

 이로써 오는 7월 서울시내 3곳의 신규 면세점 가운데 대기업이 가져갈 두 장의 카드를 놓고 ‘면세점 대전’이 본 궤도에 올랐다. 지금까지 신규입찰에 참여키로 한 대기업은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의 합작법인, 현대백화점, 롯데면세점, 신세계 등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을 운영하는 한화와 워커힐 면세점을 갖고있는 SK네트웍스 등도 조만간 끼어들 태세다. 중소기업이 가져갈 한 장에 대해서는 유진기업이 출사표를 던졌다. 유진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옛 MBC 문화방송 사옥에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세계는 “고품격 프리미엄 면세점으로 개발해 관광산업 수요를 창출하는 한편, 중소·중견기업 제품의 수출 통로를 만들어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것”이라고 상생을 강조했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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