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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교황의 방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로마교황「요한·바오로」 2세가 3일 서울에 왔다.
그는 3만8천5백km의 역사적인 「목자의 순례」 첫 방문지인 우리 나라에 온 것이다.
그의 방한자체가 처음일 뿐 아니라 교황청역사에서도 교황의 방한은 처음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의 방한이 가톨릭 전래 2백년을 경축하며1백80만 한국 가톨릭 교도들을 격려하는 사목활동 이란 점이다.
물론 교황은 바티칸시국의 국가원수로서 1966년에 수교한 이 동방의 자유수호 국가를 처음 방문하면서 정치 외교적 우의를 다지는 활동도 할 것이다.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우리의 입장을 늘 지지해오고 지원해왔던 그로서는 이번 여행을 통해 한국과 좀더 가까운 친구가 될 것이다.
그가 전세계 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서 우리 나라를 방문하는 동안 가톨릭 사상 최초의 해외 시성행사를 집전하는 것도 뜻깊다.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1백3위의 한국 순교자들이 한꺼번에 성인에 서품 되는 일 자체가 한국 가톨릭의 영광임은 물론이다.
부교 2백년동안 한사람의 성인도 갖지 못했던 한국 가톨릭이 이로써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성인을 많이 가진 나라가 되고 .세계 가톨릭 교회에서 지도적 위치에 서게된 것이다.
그것은 물론 로마 가톨릭의 일방적 시혜가 아니요, 한국 가톨릭이 치른 회생과 고초의 댓가다.
한국 가톨릭은 선교사의 전교가 아니라 신도들의 자발성이 이룩한 기적의 교회라는 역사의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는 박해와 순교로 점철된 불굴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역사는 1백3위의 순교자만이 아니라 수만의 무명순교자를 남았다.
1백3위의 시성은 그런 한국 가톨릭의 피나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평가가 기반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뿐더러 한국의 특수한 위치와 상황도 무시할 수 없이 작용했을 것이다.
민족분단의 아픔 속에 급진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한 이 나라의 능력은 특히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그가 근래 한국을 이야기 할 때 남북한을 구별하지 않고 『한반도의 모든 백성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점에도 주목해야한다.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위해 애쓰는 한국민의 고통과 희망을 염두에 두고 아마도 그는 이번 순방의 주제를 「화해」로 잡은 것이겠다.
그러나 그의 방한은 가톨릭 교회의 세계전략이란 원대한 비전을 표출하고 있다.
사회에서 공헌하는 교회와 평화의 사도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의도를 교황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제3교회」론 자로서, 특히 미래의 가톨릭 세계를 전망하고 있다.
세속화와 정신적 황폐를 겪고 있는 현대를 거쳐 서기2000년의 교회는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등 제3세계 가톨릭 세계가 주도하리라는 전망이다.
그 전망에서 10억 중공과 북한 등 공산권 선교부모지가 제외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조망에서 볼 때 한국은 제3교회시대의 가톨릭 거점으로 가장 적합한 곳이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꿋꿋이 ,일어선 교회가 한국 가톨릭이기 때문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그런 미래전망을 가지고 한국에 왔다. 그의 방한동안 아마도 그는 한국의 현실에서 더욱 절실한 느낌들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국민이 그의 방한을 환영하는데는 그가 우리의 현실문제들을「화해」 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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