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한국 땅에 입맞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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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8억 가톨릭 인구의 사목통괄자 교황「요한·바오로」2세가 3일 하오2시11분 김포공항에 도착, 한국 땅을 밟았다. 김수환 추기경 등의 기내영접을 받은 교황은 트랩을 내리자마자 무릎을 굽혀 한국 땅에 입을 맞추었다. 이어 교황은 전두환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관련기사 2, 3, 11면>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기념 사목에 중점을 둔 교황의 이번 한국방문은 4박5일 동안 서울 여의도광장의 기념대회 및 1백3위 성인시성식·광주 무등 경기장·대구시민운동장·부산 수영비행장집회 등 4개의 공개 야외군중집회를 비롯, 모두 16개의 「말씀의 전례」 와 「성찬의 전례」를 갖는다.

<김포공항환영>
교황 「요한·바오로」2세와 일행르 태운 알리탈리아 항공의 DC-10전세기 루이지 피란델로호가 3만4천km의 비행 끝에 김포공항에 착지한 것은 예정보다 11분이 늦은 하오2시11분.
비행기문이 열리자 김수환 추기경·교황청대사 「프란체스코·몬테리시」 대주교·노영찬
외무부의전장이 트랩을 올라가 기내영접을 했으며 잠시 후 은백색 교황복을 입은 교황의 부드럽고 인자한 미소가 나타났다.
두 손을 들어 영접인사들을 향해 인사를 보낸 교황은 트랩을 내리자 한국 땅에 입맞추는 친구를 한 뒤 기다리던 전두환 대통령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전대통령은 환영사를 통해『교황성하의 방한은 양국간 우호관계를 상징할 뿐 아니라 우리 나라 가톨릭 신도는 물론 신앙의 자유를 향유하고있는 우리 국민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의 축복을 받게되는 소중한 기회』 라고 말했다.
전대통령은 작년 KAL기 피격·랭군사건 등의 시련을 겪었고 1천만 이산가족이 서로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고통을 받고있지만 우리는 대립이 아닌 대화를 추구하고, 복수가 아닌 화해를 모색하며, 전쟁이 아닌 평화의 길을 걷고자 한다고 말하고『전체주의 아래서 믿음의 자유도 없고 마음속의 신앙을 표현 할 수도 없는 북한에 있는 우리동포들을 위해 기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내한사를 통해『밖으로부터 강요된 분단, 한국전란의 깊은 상혼, 그리고 근년의 온갖 참변, 그 어느 것도 어려움을 이기고 도로 화목한 한가족이 되고자하는 여러분의 뜻을 꺾을 수는 없다』 고 말하고 『모든 생명이 신성시되고, 사는 것이 곧 남을 위해 일함이요, 다스리는 것이 곧 섬김이며, 그 누구도 한갓 도구로 쓰이지 않고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아무도 억눌리지 않는, 모든 이가 진실한 형제애로 사는, 그런 사회를 이루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계성여고 합창단의 성가가 은은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교황은 전대통령의 안내로 3부 요인의 인사 글 받았으며 김 추기경은 각 교구장과 교회인사를 교황께 소개했다.
이어 카네이션과 장미로 십자가가 수놓인 환영식단에 오른 전대통령과 교황은 21발의 예포가 울리는 가운데 양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으며 교황은 의전대장의 안내로 30여m쯤 걸어나가 두 손을 모은 뒤 목례와 입마춤으로 태극기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교황은 이어 서울대 사대부국 이소영 어린이(여) 와 서울시장으로부터 꽃다발과 행운의 열쇠를 받았다.
30분 동안의 공항 환영식이 끝난 뒤 교황은 로마로부터 공수한 자신의 방탄승용차를 타고
양화진 절두산 성지로 향했다.

<절두산 성지 참배>
교황은 하오3시20분쯤 절두산 성당에 도착, 성당입구에서부터 성당지하 순교성인묘소까지 빨간 양탄자를 깐 1백50m의 언덕길을 도보로 걸어 올라갔다.
오는 6일 시성되는 순교성인 27위의 성해가 모셔진 지하묘소에 도착한 교황은 제대 앞에서 분향·기도를 올린 후 방명록에 서명했다.
참배를 마친 교황은 성당 안으로 들어와 70여명의 순교성인 후손들로부터 환영인사와 예물을 받고 강복했다.
유족을 대표한 김영주 옹(80) 은 환영사를 통해 『교황이 방한해 제일먼저 절두산 성지를
찾아 준데 대해 한국 천주교 순교자 후손일동은 지극한 존경과 사랑으로 환영한다』 고 말했다.
김 옹은 『교황께서 이 땅에까지 우리를 찾아 함께 기도하고 우리 땅, 우리시대에 알맞은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해 주시려는데 대해 거듭 감사를 드린다』 고 환영했다.
김대건 성인의 후손이 유족을 대표해 증정한 예물은 조그마한 나전칠기 옷 함.
성당앞 마당으로 다시 걸어 내려온 교황은 환영 나온 2백 여명의 교우들에게 장엄강복을 하고 숙소인 궁정동 로마교황청대사관으로 향했다.
교황청대사관에 여장을 푼 교황은 하오4시50분부터 1시간동안 청와대로 전두환 대통령을 예방,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 하오6∼9시까지는 혜화동 가톨릭 신학대학에서「신학생과의 만남」 「주교단과의 만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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