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지고 로하스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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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하스 소비시대가 열리고 있다. 나만의 건강을 챙기는 웰빙과는 달리 환경까지 생각하는 소비 트렌드이다. 한 백화점의 유기농 생식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상담하고 있다. [카멜프레스=오재혁]

10년차 주부 박모(39.경기도 분당)씨는 지난해부터 장보러 가기 전 인터넷으로 어느 기업의 제품이 친환경적인지 검색해 본다. 녹색연합(www.greenkorea.org)이나 환경운동연합(http://kfem.or.kr) 사이트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장바구니도 꼭 챙겨 간다. 비닐봉지는 잘 썩지 않아 되도록 사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트에 가서는 비싸지만 유기농으로 재배한 과채류만 산다. 대신 양배추 반통, 오이 2개, 가지 1개 등과 같이 꼭 필요한 양만 구입한다. 몸에 좋은 것을 가려 먹지만 환경 오염원인 음식물 쓰레기는 애초부터 줄이자는 것이다.

박씨는 또 작년부터 가족들이 입을 속옷도 콩 추출물로 만든 것으로 바꾸고 있다. 마트를 둘러보면서도 습관적으로 친환경 상품이 진열된 코너는 눈여겨본다. 건전지를 사용하지 않고 태엽을 감아 사용하는 라디오, 태양열로 작동하는 전자계산기 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을 자주 사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도 해준다.

박씨는 한 달 전 아예 분당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강북의 아파트를 팔고 저축한 돈을 다 털어 부어도 돈이 모자랐지만 융자를 받아 무리를 했다. 단지 내에 생태하천과 조경시설, 공원까지 마련돼 있는 친환경 아파트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싸도 몸에 좋고 친환경적인 것만 산다-.

새로운 소비패턴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웰빙족이 지고 로하스(LOHAS)족이 뜨고 있는 것이다.2~3년 전부터 붐을 이룬 웰빙족은 내 한 몸 잘 먹고 잘 사는 데 만족했다. 나만을 위한 소비에 관심을 뒀다. 자신만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라이프스타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로하스족도 웰빙족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 하지만 나의 건강은 물론이요, 너의 건강까지 생각한다. 내 후손의 건강까지 고려해 친환경 제품을 선택해 산다. '사회적 웰빙'으로 소비 패턴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제품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친환경 제품인지, 재생원료를 사용한 제품인지 혹은 지속가능한 기법이나 농법으로 생산된 제품인지를 꼼꼼히 따져본다.

이들에게 있어서 가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자신들의 가치에 맞는 상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기꺼이 선택한다. 건강을 고려한 제품, 생태계 보호와 관련 있는 제품, 자연과 삶을 조화시키는 상품을 찾는다.

로하스 소비자들은 제품 구입 때 환경 파괴 성분이 들었는지, 또는 재생 가능한 원료 사용 여부를 꼼꼼히 따진다. 의류나 식품에서 유기농을 찾고, 재생 에너지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와 관련하여 소비자 단체나 환경단체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탐색하여 제품의 특성을 파악하고 수집한다. 생태계의 질서 회복을 염두에 둔 소비 행태라 할 수 있다.

눈치 빠른 장사꾼들이 이미 그 낌새를 챘다. 기업들은 로하스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내수시장에 열풍을 몰고 온 웰빙의 바통을 이을 트렌드로 환경을 중시하는 로하스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업체들은 로하스 개념을 도입한 신상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새집증후군 등 내부 친환경 소재 개발과 적용에 주력했다. 올부터는 단지.조경 설계 등을 친환경으로 대폭 개선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는 생태하천.공원 등을 둔다. 중수도 시설과 음식물 탈취기를 도입하고 태양열을 이용한 냉난방도 앞당기고 있다.

프린터 업체들은 카트리지 마케팅을 하고 있다. 다 쓴 카트리지를 회수해 환경공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가구업계들은 혼수가구 시장을 겨냥, 에코(친환경) 마케팅을 도입하고 있다. 한샘.리바트.에넥스 등은 최근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신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신혼부부들이 로하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기 때문이다. 주거환경관리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음식물처리기를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등 마케팅 이벤트도 친환경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3000여 협력업체와 함께 친환경 상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개발 상품을 이 백화점 지하 친환경 식품매장인 '푸룸'에서 판매한다. 농산물 개별품목에 번호를 부여, 재배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농산물 이력조회시스템을 통해 제공한다.

친환경 제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레몬.오렌지.설탕.야자유.당근 등 천연 성분으로 만든 표백제, 식기세척제, 가구 광택제가 출시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부설기관인 에코생협은 건전지가 필요 없는 라디오와 손전등 등을 판매하고 있다.

※ 로하스란=로하스(LOHAS)는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약자이다. 웰빙 다음의 소비트렌드를 일컫는다.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웰빙과 같다. 여기에 친환경의 의미가 가미됐다. 로하스 족들은 환경을 해치지 않고 건강에 좋은 상품은 값을 따지지 않고 소비하는경향이 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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