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눈길, 이번엔 중소형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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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를 선호하던 외국인 투자자가 올들어 중소형주를 담기 시작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전체 시가총액은 466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4조원 늘었다. 외국인 쇼핑 바구니를 살펴보니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보다 중·소형주(101위 이하) 시가총액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대형주의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보다 1.17%포인트 쪼그라들었다. 이와 달리 중형주와 소형주의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0.10%포인트, 0.15%포인트 증가했다. 코스피 뿐만이 아니다. 같은기간 코스닥시장에서도 벤처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0.25%포인트 늘었다. 올들어 외국인 자금이 중소형주에 몰린 데는 수익률이 좋았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연초 이후 중형주는 22% 올랐고, 소형주는 30% 가까이 뛰었다. 반면 대형주는 8% 오르는 데 그쳤다. 외국인 투자 흐름을 바라보는 국내 증시의 시각은 두갈래로 나뉜다. ‘중소형주에 자금이 더 몰린다’는 의견과 ‘다시 대형주로 돌아선다’는 입장이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앞으로도 중소형주 중심의 수익률 게임이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산업보다 헬스케어·바이오 같은 신성장 업종에 관심이 커지면서 미국의 나스닥이라고 불리는 선전 증시에 돈이 몰리고 있다”며 “ 대형주보다 이익 개선 속도가 빠르고 신성장 기업으로 주목받는 중소형주에 외국인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외국인 자금이 다시 이동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럽·일본 양적완화를 비롯해 세계에 풀린 자금이 국내 증시로 들어오면서 대형주가 증시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들어 중소형주는 급격히 올라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저평가된 대형주의 투자 매력도가 커지고 있다”며 “더욱이 전통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는 대형주를 선호하기 때문에 외국인 매수에 따른 저평가 대형주의 반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전망치도 한몫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연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예상보다 낮은 영업이익(어닝쇼크)을 발표한 이후 증권가의 이익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4월초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5조9000억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상당수 기업의 이익 전망치도 잇달아 상향 조정됐다. 배성영 연구원은 “1분기 어닝 시즌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면서 저평가된 대형주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도 “최근 외국인투자자의 대형주 선호가 강화되면서 대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분기 실적발표가 우려와 달리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그동안 소외받았던 저평가된 대형주가 부각되고 있다”며 “외국인이 선호하는 대형주 중에서 올들어 이익 개선 속도가 빠른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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