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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동양화가 박생광 옹|강렬한 동양적 선에 서양적 미학가미|표구점에 맡겼던 작품도 되찾아 손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동양 화단의 원로「그대로 박생광」옹(80) 이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동숭동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작품 전을 연다.
4백 3점. 6폭 병풍 3점, 80호 20전, 20호(반절) 20점등 대작만으로 필치는 대대적인 발표회.
완숙의 정지에 이른 노대가의 지칠 줄 모르는 창작 의욕용 과시하는 신작전이어서 벌써부터 화단의 주목을 끌고 있다.
4·19 기념탑이 있는 수유리, 무지개 산장 위에 있는 박옹댁(서울수유4동595의6)은 15년 묵은 고가. 25평 짜리 집에서 아들·며느리· 손자· 손녀와 같이 살고 있다.
화실이라야 4평 남짓한 방. 전시회가 1주일밖에 안 남았는데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표구점에 맡겼던 작품을 찾아다 손질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일본인 이야기를 꺼냈지만 묵묵 부답이다. 한참동안 눈용 감고 참선하듯 앉아 있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일본어를 잘 몰라서 그래요.』색채만 있으면 일본 보로 생각하는데 그건 그렇지가 않아요. 일본의 특징은 골격 없는 부드러운 선, 도시민적 나약성에 있지요. 안개 같다 고나 할까, 그림이 생리적으로 약한 게 흠이지요』
어디로 보나 박옹의 그림에선 이런 요소는 찾아낼 수 없다.
박옹은 선의 구성에 중점을 두고 서구적 미학을 가미한 회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동양적인 선묘를 중심으로 평면적 관조를 담아내고 진정한 한국의 민화가 되기 위해서 강렬한 색을 쓰고 있다는 것.
『선전시대에는 일본적 이미지 없이 입선하기가 힘들었지요. 하지만 나는 일본에 입선하러 간게 아니라 공부하러 갔기 때문에 일본화에 빠지지는 않았어요 작가로서 수련·성장 과정을 20년 동안이나 일본에서 보냈지만 한번도 우리 것을 잊어 본 적온 없습니다남<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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