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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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사밑천의 으뜸은 역시 「기술」이다. 더 좋게, 더 싸게 만들어 팔 수 있다면야 어떤 장사도 땅짚고 헤엄치기다.
미국의 지록스사는 10년 걸려서 개발한 복사기로 20년동안 판매량을 1백50배나 늘렸다.
상전 뿐만 아니라 나라간의 전쟁에도 다를게 없다. 아무리 군대가 많다해도 신무기 한방이면 백기를 들어야 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기업이나 국가차원에서도 앞을 다투어 과학기술 투자경쟁을 벌인다. 소위 R&D (Research and Development)투자다.
지금 당장 자기회사 제품이 잘 팔린다고 연구개발에 게을리 하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언제 경쟁회사가 기발한 신상품을 내놓아 시장을 휩쓸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개발에 뒤지지 않으려면 투자를 많이 해야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쓰는 연구개발비는 년간 매출액의 0·6%정도. 미국 3·1%, 프랑스 3·0%, 일본1·6%에 비하면 연구개발비의 절대금액은 물론이고 비율로도 크게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이대로 간다면 갈수록 기술격차가 벌어질게 뻔하다.
기술개발은 기업만 하는게 아니다. 기업들이 소홀히 하는 기초과학분야쪽은 주로 정부가 맡아서 한다. 쌀의 품종개발연구사업이나 대덕연구단지조성등이 모두 세금거둔 돈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한 나라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보통GNP와 비교해서 따진다. 작년 한햇동안 연구개발비는 정부예산에서 3천억원, 민간기업들이 3천억원등 모두 6천억원수준으로 GNP의 약1·2% 수준이다. 미국(2·5%)이나 서독 (2·7%) 에 비하면 절반도 안된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던지 정부는 86년까지 기술개발투자를 GNP의 2%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짜고 있다. 당장 내년 예산부터 정부의 기술개발투자를 매년 30%이상씩 증가시켜나가는 한편, 민간기업들도 35∼45%씩 R&D투자를 늘려나가도록 할 방침이다.
재도면에서도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벤처비즈니스」와「벤처 캐피틀」등 새로운 지원방법을 모색하는데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최근에 설립된 기술개발주식회사처럼 신기술을 개발하려는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줘서 실패하면 안받고, 성공하면 원금회수 뿐만 아니라 이익도 같이 나눠 먹는식의 새로운 금융기법이 도입되고 있다. 이를테면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제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막대한 R&D투자에 비하면 여간 뒤 떨어져 있는게 아니다.
일본의 히다찌사의 기술개발투자만해도 연간 5억달러(4천억원)로 우리정부의 기술개발예산 보다도 많은 실정이다.
연구소나 연구원수도 태부족이다. 인구 만명당 연구원수를 보면 일본이 28명, 미국이 30명인데 비해 우리는 7명에 불과하다. 매년50만∼60만명이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구직난이 계속될텐데도 필요한 과학자는 해마다 모자랄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86년에 5천4백명, 91년에 가면 3만명의 과학자가 부족하리라는 것이 정부계산이다.
R&D는 아주 필요한 것인데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이나 소홀히 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이 장기간 방치되면 국민경제나 기업이나 치명적인 취약점이 된다. 오늘날 일본기업들의 높은 경쟁력은 높은 R&D투자에 크게 힘입은 것이다. R&D는 즉효는 나타나지 않지만 두고 두고 나라 경제와 기업을 튼튼하게 하는 보약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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