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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항공파업 긴급조정권 발동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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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은 임금이다. 노조 측은 총액 대비 8%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회사 측은 3%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의 임금은 기장의 평균 연봉이 1억2000만원, 부기장은 8800만원이고, 각종 복리 후생제도도 '귀족급'이라고 한다. 이런 고액 연봉자들이 임금 인상률을 놓고 파업을 벌이는 데 대해 서민들의 눈길이 고울 리 없다. 임금 수준이 조종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일반직은 회사 측에 일임한 끝에 2.2% 인상에 합의했다. 그런데도 고임금 직종이 더 많이 올려달라는 요구는 명분이 없을 뿐더러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더구나 개인의 귀책 사유로 30시간 이상 근무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75시간분의 비행수당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어떻게 설득력을 갖겠는가. 승객이 몰리는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벌이는 파업은 결국 국민을 볼모로 한 제 몫 챙기기라는 비난을 받을 뿐이다.

항공사 파업은 대체 인력 투입이 불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파업 첫날엔 결항률이 53%였으나 앞으로는 수송 능력이 30% 이하로 떨어진다. 이로 인해 하루 2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지난 여름 아시아나 항공 파업 때의 하루 손실 66억원보다 훨씬 많다. 특히 하루 수출 차질액만도 500억원을 넘게 돼 대외 신인도도 함께 추락한다.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뒤늦은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었던 아시아나 항공 파업의 선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긴급조정권은 말 그대로 긴급히 필요한 경우다. 정부는 아시아나 파업 때처럼 실기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