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 유족들 침묵 속 오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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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 1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보고싶어서 어떡하지.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던 못난 엄마ㆍ아빠라서 미안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세월호 사고 해역에 다다르자 희생자ㆍ실종자 가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잊지 않고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등에 적힌 노란색 점퍼를 입은 가족 200여 명은 이날 오후 팽목항에서 열린 위령제에 참석한 뒤 사고 해역을 찾았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곳으로 가는 도중 가족들은 선실에서 휴대전화 속 아들·딸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지난 1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를 나눴다.

사고 지점을 알리는 노란 부표 세 개가 멀리 시야에 들어오자 하나 둘 선실 밖으로 나왔다. 이내 울음이 터졌다. 국화 한송이를 바다에 던지고는 아들·딸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얼마나 무서웠니" "구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오열했다. 몇몇 가족은 울다 지쳐 선박 난간에 기댄 채 힘없이 몸을 늘어뜨렸다. 배가 팽목항쪽으로 방향을 돌리자 잦아드는 듯했던 울음소리가 커졌다. 다시 팽목항으로 향하는 배 안은 침묵뿐이었다.

사고 해역을 다녀온 유경근 4ㆍ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 선언을 하지 않으면 16일 안산 합동분향소 추모제를 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두 가지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추모의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진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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