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제보자'는 과연 누구?… PD수첩 논란 새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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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팀 관계자들도 입을 모아 '악의적 제보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최근 황 교수팀의 관계자는"PD수첩 취재 동기는 불확실하고 자의 적인 내용을 전달한 제보자의 악의적 제보에 따른 것"이라며 "과학자들의 자존심을 손상시키고 한국과학자의 국제적인 위상을 훼손한 피해가 너무 크므로, 제보자의 신원이 밝혀져 차제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D수첩보다도 오히려 제보자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황 교수 본인도 "너무나 악의적인 제보에 의해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는게 안타깝다"고 제보자에 대한 감정의 일단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제보자로 알려진 황 교수팀의 전 연구원이 6일 현 직장인 서울시내 모 병원에 사표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제보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황 교수를 만나 사정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누가=PD수첩에 따르면 제보자가 한명이 아닌 여러명이다.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PD수첩 관계자는 "최초에 6월 1일 제보를 받았고…그 뒤에 두명의 이어지는 제보를 다시 한 번 받았고…"라고 밝혔다.

PD수첩팀이 공개한 취재일지에도 3명의 제보자가 등장한다. 첫 제보자 A는 황 교수의 연구용 난자 출처와 사이언스지 발표논문의 허위 가능성에 대해 제보했다. 그리고 8월 제보자 B가 '연구에 사용된 난자 의혹'에 대해 증언했으며 9월 제보자 C로부터 논문이 허위일 가능성에 대한 추가 증언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적극적인 혹은'악의적'인 제보자인지는 명확치 않다. 각종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제보자라는 특정 인물의 신원과 사진 등이 인터넷에 급속히 유포되고 있어 부작용도 우려된다.

◇왜=현재 제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동료 연구원들과의 불화 등으로 연구팀을 떠났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증폭된 불만이 제보를 하게된 직접적 계기가 됐다는 추정이다. 논공행상 과정에서 뒤로 밀려 앙심을 품었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추측일 뿐이다.

또 제기된 의혹 중 연구원 난자 제공 등은 사실로 밝혀진 만큼 사적인 감정만이 계기가 됐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만약 여러 명의 제보자가 있었다면 과연 그들 모두가 황 교수팀과 개인적인 감정이 있었지도 의문이다.

물론 과학계에는 설사 정당한 문제제기라도 방식이 잘못됐을 경우 정당성을 얻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과학 연구 성과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디까지나 논문으로 이뤄지는 것이 정상적 검증 절차"라는 것.

하지만 이번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 황 교수팀이 영웅대접을 받고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쏠리는데 대한 일각의 질시,혹은 비판적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때문에'황우석 신화'뒤에 가려진 대다수 자연과학 연구자들의 열악한 연구.생활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보자 밝혀질까=누가,왜,어떤 방식으로 제보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PD수첩 제작진만이 알 수 있다. PD수첩측은 당초 6일 제작과정에 대한 내용을 방송하려 했으나'협박취재'가 논란이 되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

하지만 그간의 의혹제기와 취재과정이 일으킨 엄청난 파장을 감안할 때 진상 파악을 위해 제작진이 제보자의 신원과 제보내용 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 아예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검찰은 PD수첩팀과 마찬가지로 제보자에 대한 조사도 황 교수팀의 고소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자회견 등 공식적인 형태가 아니라 제보라는 비공식적 형식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죄 적용 등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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