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人] 태국 언론사주 손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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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태국 수도 방콕의 중심부에 있는 룸피니 공원.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그러나 10월 말부터 매주 금요일이면 이 공원의 색깔은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뀐다.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이 만들어낸 변화다.

이들의 목적은 탁신 친나왓 총리를 권좌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부패와 권력남용이 그 이유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룸피니에 모인 수만 명의 시민이 외친 구호는 "탁신 타도!"가 아니었다. "손디, 손디!"다. 손디가 누굴까.

손디 림통쿨(사진)은 영자신문 타이데이와 태국어 신문 푸짯깐의 사주이자 발행인이다. 태국의 다른 언론과 달리 두 신문은 연일 탁신을 공격하고 있다. 반탁신 운동의 상징색을 노란색으로 정한 것도 손디다. 태국에서 노란색은 국왕의 상징이다. 손디는 "탁신이 국왕에게 불충하고 있다"며 "탁신 타도와 국왕 보호를 위해 노란 옷을 입자"고 주장했다. 그가 열거한 탁신의 죄목은 세 가지다. 우선 국왕에 대한 불충이다. 여기에 ▶친인척에게 위성사업 특혜를 주고▶누이에게 공군기를 이용해 여행을 가게 하는 등 부패와 권력남용이 추가된다.

반탁신 운동은 탁신의 독재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 일반 국민의 호응 속에 급속히 퍼져 나가는 추세다. 손디는 "9일에는 50만 명이 룸피니 공원에 모이자"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요즘 탁신의 입지는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던 10개월 전과는 딴판이다. 비상사태까지 발동했지만 남부의 이슬람 폭동은 수그러들 줄 모르고, 국영전기공사의 민영화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닥쳐 좌절되는 등 개혁정책은 표류하고 있다. 이럴 때 터져 나온 '노란 혁명'에 탁신은 적이 당황하는 눈치다.

탁신은 일단 손디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법원에 함구령을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인인 총리에 대한 비난은 정당하다"며 손디에 대한 구속 신청을 기각했다.

현재 손디는 시외의 작은 사찰에 은신 중이다. 대형 차량이 자신의 승용차를 들이받는가 하면, 괴한이 푸짯깐의 방콕 본사 건물에 난입해 돼지 분뇨가 든 비닐봉지를 던지는 등 테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디에 대한 일부 재야단체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네이션지의 소폰 옹카라 편집국장은 "손디는 과거 '탁신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총리'라며 극찬했던 언론인"이라며 "손디가 탁신과 함께 추진했던 언론 관련 사업이 탁신의 변심으로 물거품이 되자 이에 앙심을 품고 탁신 때리기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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