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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가 일본군에게 몸 팔다 왔대" 정부 위안부 교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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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초·중·고생 교육용 ‘일본군 위안부 바로 알기’ 동영상의 부적절한 표현. 내레이션을 말 풍선으로 표현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한선교(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여성가족부·교육부가 제작한 ‘일본군 위안부 바로알기’ 교재를 13일 접하고 화들짝 놀랐다. 교재에 포함된 ‘위안소에서의 생활 그리고 귀향’이란 동영상 내용 때문이었다. 일제에 강제 동원됐던 명자라는 이름의 소녀가 온갖 고초를 겪은 뒤 고향에 돌아왔으나 그를 두고 고향 주민들이 “그 얘기 들었어요? 명자가 3년 동안 일본군들에게 몸 팔다 왔대요”라고 수군대는 장면이 나왔다. 한 의원은 “해방 이후 귀향한 소녀에게 ‘몸을 팔다 왔다’고 말하는 자료로 학생들에게 무슨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제작하고 있는 초·중·고교생용 교육 교재에 부적절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재는 초·중·고 학생별 워크북과 동영상·파워포인트 등 교사용 자료로 구성돼 있다. 현재 교육부가 감수 중이며, 이르면 이달 중순 전국 초·중·고교에 배포될 예정이다.

 여가부 등이 마련한 교사용 수업지도안에 따르면 문제의 동영상은 교사가 중·고교생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5~6학년에게 보여주게 돼 있다. 배포 전 영상을 본 초등학생 학부모 김지연(38·서울 서초구)씨는 “어른들은 당시 피해 여성들이 편견에 시달렸다는 걸 알지만 처음 내용을 접하는 초등학생들이 그런 표현을 듣게 되면 오히려 혼란을 겪을 것 같다. 취지가 좋아도 세밀하게 가려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도 “실제로 그런 얘기가 오갔을 수 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은 ‘몸을 판다’는 표현 때문에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이 읽는 워크북엔 초등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담겨 있다. 위안부 생활을 설명하면서 ‘성병 감염, 인공 유산, 불임 수술 등 폭력과 구타 속에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겪었다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한 의원은 “성병 감염이나 인공 유산 같은 표현이 중학생용 교재와 초등학생용에 똑같이 등장하는데 학생의 나이와 이해 수준을 고려해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초·중학생용 교재에 일본이 위안소를 만든 이유 네 가지가 상세히 서술돼 있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해당 교재는 ▶점령지역 여성에 대한 성폭행 방지 ▶성병으로 인한 병사들의 전투력 소모 방지 ▶스트레스 받는 군인들에 대한 위로 ▶민간 업소 이용 시 군대 비밀 누설 방지 등을 명목으로 내세워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시행함’이란 내용이 담겼다. 위안부를 동원한 일본 측 주장만 제시됐을 뿐 이런 논리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는 것이다. 한 의원은 “학생용 교재에 적힌 내용만 보면 학생들이 일본측 변명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일본이 위안소를 만든 이유 부분은 교사들이 가르치면서 그같은 이유가 왜 설득력이 없는지 설명하도록 구성할 예정이었다”며 “이달 중순 배포를 목표로 교육부에서 최종 감수를 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검토해 최종 교재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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