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두기 교수, 중·일·서구 논문 모아 『중국사 시대구분론』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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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사 시대구분론』 (민두기 편)이 나왔다(창작과 비평사간).
중국사 시대구분론의 연구사를 한눈에 뚫어 볼 수 있도록 중국·일본·서구의 대표적 논문들을 골라 실었다.
민두기 교수(서울대·동양사)는 『중국사 시대구분 논의는 주로 일본과 중국의 마르크스주의 사학자에게서 특히 활발했다』고 지적했다. 노예제·농노제 사회를 기준으로 시대를 구획한다는 것.
중국에서 시대구분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마르크스주의가 정치사상·사회사상으로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1920년대 말∼30년대 초였다. 30년대 초의 중국사회사논전은 그 두드러진 예.
사상적으로 마르크스주의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지만 정치적으론 1차 국공합작이 깨지고 몇 차례 폭동도 좌절되며 공산주의 혁명의 전도뿐 아니라 중국사의 전개 자체가 암담해 보였던 시기에 왜 혁명운동이 실패했는가를 검토하는 기운이 일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그 논전은 실증적 사실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역사학적 탐구가 아니라 사상의 표명에 그치고 말았다.
사회사 논전은 50년대에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이번엔 1949년 마르크스주의적 혁명노선이 승리한 현실을 반영,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에서 중국사를 체계화해야 할 필요에서였다.
한편 일본에서 시대구분이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45년 이후였다.
당시 패전으로 일본의 ,서구 지향적인 「근대화」는 역사적으로 파산됐으며 일본의 앞길은 아시아로 귀속되는 길밖에는 없는 것으로 생각됐다. 「근대화」가 「파산」한 일본에 비해 종래 정체, 낙후된 것으로 파악됐던 중국은 새로운 역사적인 성취를 이룩한 것으로 보았다. 이렇듯 일본에서의 시대구분 논의는 일본과 중국의 현실 파악의 새로운 전개 과정에서 발전된 것이라고 민 교수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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