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담배와 전쟁 중- “흡연은 질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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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성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근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국제회의자리에서 마거릿챈 사무총장은 “담배회사들이 아예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국제적 차원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한, 세계 최고 부자인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제3세계의 담배소송을 지원하기 위한 ‘반(反) 담배산업소송펀드’를 설립할 계획을 밝혔다. 400만달러(한화 약 45억 2천만원) 규모의 이 펀드는 개발도상국에서 거대 담배회사에 대항하는 소송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호주를 선두로 일부 국가에서는 담뱃갑 포장지에 회사로고나 광고문구는 빼고, 흡연 경고 문구와 흡연 폐해 사진을 담배 포장에 게재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담배와의 전쟁은 비단 어제 오늘 일 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부터 담배가 대중화되었는데, 이러한 유행은 조정에까지 번져 조회를 하는 정전에 담배연기가 가득했다고 한다. 그러자 광해군은 그의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모두 사형에 처하겠다며 단호하게 담배를 금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의 담배와의 전쟁도 그 역사가 짧지만은 않다. 담배도입 초기에는 담배를 남쪽에서 온 신령스러운 풀이라고 해 ‘남령초’라 부르며 만병통치약으로 대접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점차 담배를 오래 피워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유학자들 사이에서 담배가 내장을 상하게 하고 눈을 멀게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담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후 현대사회에 들어, 1976년 담뱃갑에 ‘건강을 위해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라는 경고문을 도입한 것으로 담배와의 전쟁은 다시 한 번 재점화 되었다. 그 이후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되면서 담배세수 일부로 공공 시설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등의 금연정책이 이어졌다. 헬시에이징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이러한 담배와의 대결구도가 거세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특히 올해는 담배와의 전쟁이 유독 거세져, 담뱃값을 파격적으로 인상하고 금연치료를 나라에서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금연정책을 시행하며 금연이 전 사회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아 나가고 있다.

담배는 각종 암들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심장과 혈관 손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뇌혈관질환(중풍), 심혈관질환(협심증 및 심근경색) 등 우리 국민 사망원인 1,2,3 순위를 차지하는 질환들 모두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원인이다. 또한, 후두암과 폐암처럼 흡연이 암 발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암의 경우에는 금연을 하는 것 만으로도 약 46~70%까지 그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실제 WHO는 전세계적으로 흡연으로 인해 평균 6초에 한 명씩 사망하고 연간사망자가 거의 6백만명에 이르고 있어,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에는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8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흡연자의 70%는 담배를 끊고 싶어 하지만 평균적으로 평생 5~7번 금연을 시도한 끝에야 금연에 성공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만큼 끊기 어렵다는 얘기다. 금연에 성공하기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심리적인 의존도 있고 환경적인 요인도 있으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담배가 함유하고 있는 니코틴에 의해 우리의 뇌가 중독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에서도 흡연은 ‘단순한 불건강행위’가 아니라 ‘니코틴 중독이라는 질병’임을 이미 천명한 바 있다.

니코틴중독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서는 혼자서 본인의 의지만으로 버티는 것보다 의사와 상담하고 약물로서 치료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연구에 따라 결과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혼자 노력할 때보다 상담치료를 받는 경우, 상담치료만 받을 때보다 니코틴 대체제를 사용하는 경우, 니코틴 대체제 사용보다 경구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가 각각 두 배 정도씩 성공률이 올라가는 양상을 보인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한 경우 5% 이하의 1년 금연 성공률에 비하여 경구 약물을 투여하였을 경우에는 30%가 넘는 높은 성공률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금연을 결심한 흡연자들의 경우, 니코틴중독 정도와 개인건강상태에 따라 적절한 금연치료전략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약물치료 시행 여부도 상담 후에 조심스럽게 결정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금연치료지원사업으로 전문의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도 50% 이상 약값이 지원되면서 그 동안 금연 시도자들이 약국이나 보건소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었던 니코틴패치, 껌, 은단 등을 넘어서 이제는 금연치료약물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이 계통의 약물 중에는 금연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바레니클린(챔픽스)과 우울증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가 금연치료로 효과가 확대 적용된 부프로피온(니코피온, 웰부트린)이 속한다. 두 약제는 작용기전과 효과 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임상연구 결과 12주 금연성공률의 경우 바레니클린이 부프로피온보다 약 1.5배 정도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2014년도에 담뱃값 인상 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긴 했으나 어쨌든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금연치료지원사업 덕분에 금연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경제적인 부담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느 해의 봄철 뉴스처럼 1월달에 현저했던 담배판매량의 감소 추세가 점차 회복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으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인상된 담뱃값이 또다시 익숙해져서 일까? 그러나 금연은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근본적으로 건강을 위해서 시도되고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담배와의 전쟁은 정부나 거대 단체들의 정책과 구호만으로는 절대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흡연자 개개인의 강력한 의지와 인내로 노력할 때만이 진정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담배와의 전쟁, 지금이 적기이다. 내가 먼저 나서도록 하자!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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