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에 팔린 대우·삼성·쌍용차 수출로 승부 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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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GM대우차.쌍용차.르노삼성차가 수출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 자동차 회사들은 외환위기 이후 해외 업체에 인수된 회사로 본사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한국 공장을 생산기지화하고 있다.

GM대우차는 올해 처음으로 연간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103만3136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출이 약 90%에 달한다. 같은 기간 내수(9만7189대)는 3%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회사는 올해 라세티.칼로스 등 소형차를 중국.미국 등에 수출했다. 라세티(현지명 뷰익 엑셀르)는 올 11월까지 현지조립방식(KD)으로 상하이GM에 20만 대 이상 수출했다. 상하이GM은 라세티 덕분에 올해 처음으로 중국 승용차 시장 1위에 오를 전망이다. GM대우차는 이 같은 수출 호조로 올 10월 대우차의 부평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내년에는 군산 공장에서 신형 디젤 엔진을 생산한다. 미국 GM 본사가 직원을 줄이고 일부 공장을 폐쇄하는데 비해 GM대우차는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르노삼성차도 르노 그룹의 해외 수출 기지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르노삼성차는 닛산의 플랫폼(차체 뼈대)을 이용, 한국형 승용차를 개발했기 때문에 닛산의 해외 판매망이 있는 곳에는 수출이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달 부산 공장을 방문한 카를로스 곤 회장이 르노삼성을 르노 그룹의 수출 전략기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내년 러시아.중동에 소형차인 SM3에 닛산 마크를 붙여 3만 대 이상을 수출할 계획이다. 그동안 수출 대수가 연간 2000~3000대 수준이었던데 비하면 10배 이상 늘어난 물량이다. 수출 확대에 따라 현재 1교대 근무에서 내년 2분기에는 2교대 근무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연간 생산량은 12만 대 정도지만 2교대를 할 경우 최대 30만 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르노그룹은 그룹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2007년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 르노삼성은 이 차를 내수뿐 아니라 르노 브랜드로 수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차는 전체 판매량에서 수출 비중이 올해 3%에서 내년에는 30%까지 올라간다. 2007년에는 40%를 넘을 전망이다.

올 초 중국 상하이차에 인수된 쌍용차도 내수 부진을 수출로 뚫고 있다. 올해(1~11월) 내수 판매는 지난해보다 30% 감소한 6만3999대에 그쳤다. 수출은 6만181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올해 수출 비중이 50%에 달할 전망이다. 수출 비중은 2003년 10%, 지난해에는 28%에 불과했다. 쌍용차는 중국에 상하이차와 공동 판매망을 만들고 있어 2007년에는 수출 비중이 60%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는 평택 공장에서 중국형 SUV를 개발해 현지조립 방식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3사가 수출 물량을 대기 위해 설비 투자를 늘리고 고용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한국법인이 점점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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