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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홍문종 2012년 대선 2억, 홍준표 2011년 대표경선 1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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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9일 숨진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55자(字)의 메모 한 장이 박근혜 정부를 뒤흔들고 있다. 현직 국무총리와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 3명, 여당 광역단체장 3명, 전직 여당 사무총장 등 8명의 이름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들이다.

성 전 회장의 자원개발 비리 혐의를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10일 “9일 오후 북한산 형제봉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 전 회장의 시신 검시 과정에서 점퍼 왼쪽 주머니에서 정·관계 인사 8명의 실명이 적힌 흰색 메모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A4용지 3분의 2 크기의 하얀색 메모지에는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7억, 유정복 인천시장 3억, 홍문종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 2억, 홍준표 경남지사 1억, 부산시장 2억이라고 적혀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이름 옆에는 ‘2006년 9월 26일’이란 날짜와 ‘독일 벨기에 조선일보’가 기재돼 있었다. 그해 9월 26일은 김 전 실장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수행해 벨기에·독일 방문한 출장 상황(9월 23일~10월 2일)이 한국 언론에 보도된 날짜다. 이완구 총리와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금액이나 날짜 없이 이름 석 자만 적혀 있었다.

성 전 회장은 목숨을 끊기 직전인 9일 오전 6시 경향신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2006년 9월 벨기에·독일로 VIP를 모시고 가게 된 김기춘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바꿔 전달해 드렸고, 허태열 전 실장에겐 2007년 대선(경선) 캠프 때 현금 7억원을 서너 차례 나눠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홍문종 의원에겐 2012년 대선 때 조직총괄본부장일 당시 2억원을 현금으로 줬으며, 홍준표 경남지사에게는 201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언론인 출신 측근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모에 등장한 8명 모두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특히 홍문종 의원은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은퇴할 것”이라며 “나뿐 아니라 2012년 대선때 조직총괄본부에 근무한 20명의 국회의원과 200여명의 상근직원 등 모든 직원들도 성 전 의원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경남지사 측도 “2011년 당 대표경선 캠프에서 명함을 파준 인사들만 2000명이 넘는 데 이들이 뭘 하고 다녔는 지 일일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성 전 회장은 최근 여당 친박계 원로 및 중진 의원들을 찾아가 구명을 부탁했다고 여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금품을 전달한 구체적인 일시와 상황이 담긴 장부 및 증빙자료가 있으며 (돈 전달 에 관여한) 직원들도 알고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또 여권의 핵심 인사는 “성 전 회장이 ‘돈 얘기가 검찰에 흘러갈 수도 있다’ 고 협박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 비서실장도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가 보도될 즈음 자꾸 전화하고 연락 달라고 해서 두어 번 통화해 ‘당당하게 조사받으라’고 했다”고 했다.

이날 김진태 총장은 성 전 회장 메모에 대해 “작성 경위 등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관련 법리도 철저히 검토해 결과를 총장에게 보고하라”며 사실상 수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우선 필적 감정을 통해 메모의 작성자가 성 전 회장이 맞는지 확인한 뒤 유족과 경남기업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할 계획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특별검사 도입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김백기·허진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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