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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1984년<17>레이저광선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새파란 한줄기 광선이 허공을 자른다.
섬뜩한 파란광선이 그대로 뻗쳐나가 사방으로 방사된다.
순간 빛과 음악이 공간에 넘친다.
서울 롯데호텔지하 디스코클럽 「비스트로」.
「레이저·스캐너」(Scanner)가 빚어내는 오묘한 분위기가 젊은이들을 사로잡는다.
『멋져요. 환상적이예요.』
가끔 이 디스코클럽을 찾는다는 오모양(20·서울 면목동)은 『이빛이 레이저광선인줄은 처음 앝았다』며 빛의 산란으로 파란안개가 돼버린 연막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지난달25일하오7시.
같은 호텔 크리스탕볼룸.
탤런트정혜선씨의 자선디너쇼가 열리고 있다.
『스타트 큐』『조금작게』레이저스캐너담당자 최경인씨의 손이 컨트롤러의 키보드위를 바쁘게 오간다.
그때마다 신비한 영상과 도형이 무대가득히 번진다.
마이크로 컴퓨터와 연결돼 갖가지 도형과 이미지로 공간연출을 한다.
『대단하군요. 원음과 거의다름이 없는데요.』
음악애호가 송인수씨(33·서울시흥동) 는 삼성전자전시실 콤팩트 디스크 플레이어 (CDP) 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CDP는 바늘대신 레이저광을 이용, 디스크에 수록된 디지틀신호 (0과1의조합) 를 읽어 음을 내는 새로운 오디으시스팀으로 오디오계의 새시대를 열 신제품.
올해안에 CDP가 국내에도 대량으로 생산될 전망이다.
보급가격은 60만원선.
서울대 물리학과연구실.
장준성교수 (물리학)가 붉은색 헬륨-네온레이저를 사진건판에 비춘다.
순간 완전한 입체인형이 공간에 떠오른다.
손으로 건판의 반을 가려도 인형모양에 변화가 없다.
레이저로 찍은 홀로그램 사진이다.
3차원의 입체사진인 홀로그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가지 상이 나타나 일반 사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홀로그램은 한 건판에 최고 30장의 사진을 찍을수도 있습니다』
장교수는 실제로 한 건판에 중앙청·경회루·덕수궁·경복궁 등 9가지의 장면을 넣기도 했다.
서울강남성모병원 안과.
『안되겠어. 출혈이심한데. 레이저로 혈관을 응고시켜야겠어.』
집도의 김재호 박사는 재빨리 아르곤 레이저응결장치를 준비한다.
환자정모씨 (54·서울창신동)의 눈은 망막전체를 실핏줄이 뒤덮여 붉게 충열된 증세.
정씨는 당뇨병의 부작용으로 눈의 혈관이 파일되기시작했다.
『황반 (망막의 중심으로 상이 맺히는 곳)에 특히 조심해서 레이거를 쬐지.』
정씨는 망막을 4등분해 각부분마다 5백회 정도 레이저 빔을 맞았다.
레이저빔은 출혈이 있는부분의 세포에 일종의 화상을 입혀 응고시켜 필줄이 황반으로 번져 나가는것을 막는다.
의료부문에서는 수술용 레이저메스·레이저내시경 등 다방면으로 그 용도가 개발되고있다.
『그쪽 수평이 안맞아, 조금 올려.』
『수직은 아주 좋은데』
24일 하오 서울태평로 동방빌딩 (25층) 신축공사장.
1·3m높이의 삼각대에놓인 직경25cm의 원통안에서 붉은색 레이저빔이 회전하며 발사되고있다.
작업원 윤영선씨 (29)와 장현룡씨 (30) 는 대형 쿨링타워의 수평과 수직을 잡느라고 한창이다.
윤씨는 도시락만한 레이저아이(eye)를 들고 다니며 레이저레벨에서 나오는 광선을 받아 수직과 수평을 맞춘다.
『레이저 아이는 수평과 수직이 정확히 맞은 레이저레벨에서 나오는 레이저광을 잡아 수평과 수직을 지적해 주지요. 레이저아이는 1·6km떨어진 곳에서도 반응합니다.』
이 레이저레벨의 가격은 1천2백만원정도.
레이저레벨의 등장으로 공사장에서 추를 늘어뜨려 기준을 잡는 트랜지트는 사라져가고 있다.
한줄기 레이저광선이 광섬유를 타고 마치 혈관처럼 붉게 흐른다.
전기통신연구소 광통신연구실의 강현호박사는 올3월로 예정된 충남대덕의 연구소와 대전시외전화국간 광통신 시스팀시험을 앞두고 반도체레이저의 연구에 한창이다.
『1960년 레이저의 등장이 광통신의 문을 열었읍니다.』
레이저에 정보를 실어 광섬유를 따라 전달하는 것이 광통신시스팀이다.
우리나라는 올부터 본격 실용화에 들어간다.
서울대 이재희교수는 『앞으로 레이저는 반도체산업만큼 발전할것이다』 며 『이미 외국에서는 우유병의 젖꼭지를 레이저로 뚫는 정도다』 고 다양한 용도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 레이저는 살인광선·우주병기·레이저유도미사일등 신무기로서도 진가를 발휘하는 양날을 가진 칼이기도 하다. <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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