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기자의 고민 많은 곰디] 판소리와 랩, 왠지 닮아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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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레드불 랩판소리` 16강전에서 조다정(오른쪽)씨가 래퍼 배준희씨를 소리로 공격하고 있다. [사진 레드불]

"지금부터 내 이야기 좀 들어봐!"

한 여성 래퍼가 이렇게 랩을 시작합니다. 얼마전 한 케이블방송에서 방영했던 여성 래퍼들이 경합을 벌이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저도 힙합에 관심이 많아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매주 보면서 우리나라 판소리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힙합의 래퍼, 그러니까 MC(Microphone checker)는 판소리의 소리꾼과 비슷해보입니다. 랩과 판소리의 가사 모두 풍자와 해학이 녹아 들어있죠. 가끔은 욕도 하지만요. 2013년부터는 한 음료 업체에서 MC와 소리꾼이 경합을 벌이는 대회도 개최되고 있습니다. 국악이 젊은층 사이에서도 많이 대중화된 느낌입니다.

이번주에 강남통신 커버스토리로 국악을 배우는 사람들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처음 회의때 이 아이템을 듣고 정말로 사람들이 국악에 관심이 많을까 의심이 갔습니다. 그래서 자료들도 보고 다른 기사들을 보니 의외로 젊은층도 관심이 많고 배우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번 주 커버 사진은 위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진지하게 가야금을 배우는 수강생들의 모습을 와이드한 앵글로 담았습니다. 그리고 2~3면에는 유명한 국악 연주자 두분과 남궁연씨가 모델로 나섰습니다. 두 개의 사진만으로 일반인도 유명인도 국악에 관심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국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 소개에는 독자들이 실제로 들어볼수있도록 QR코드를 넣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번 지면에 한국적인 느낌을 주고자 캘리그라피와 같이 지면을 구성하고 싶었는데요. 그렇지 못해 좀 아쉬웠습니다.

그러면 아쉬움을 달래기위해 캘리그라피를 잠깐 알아볼까요. 캘리그라피는 단순한 문자 이상으로 평범함을 넘어선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글씨입니다. 역사도 매우 길어서 14세기 경부터 유럽쪽에서 발달했다고 합니다. 캘리그라피에서 중요한 것은 가독성, 주목성, 율동성, 조형성, 독창성이 있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디자인의 모든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요즘은 중국, 일본 등 동양적인 느낌의 캘리그라피가 대세인것 같습니다. 크게는 광고 제작자, 영화 포스터에서 많이 쓰고 작게는 손글씨까지 모두 포함이됩니다. 글자 하나하나가 전달하고 싶은 목적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기에 적합한 디자인 요소입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지면에서 멋있는 캘리그라피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끝으로 앞서 말씀드렸던 음악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건데 외국 문화인 랩을 경연하는 것처럼 우리의 음악인 판소리의 소리꾼들이 나와서 경합을 벌여서 앨범도 내고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주호 기자의 ‘고민 많은 곰디(곰같은 디자이너)’는 강남통신 제작 과정과 신문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강남통신 이주호 기자 lee.joo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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