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이란 정권교체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미 국방부는 '이란이 알카에다 지휘부에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결론짓고 이란의 정권을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5일 보도했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발언 이후 잠복해 있던 이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핵 개발 의혹,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자폭테러의 배후가 이란 내 알카에다 요원'이라는 첩보가 계속됨에 따라 더욱 악화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문은 이날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미국은 지난 12일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자폭테러의 주범이 이란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 요원들이라는 첩보에 따라 이란과의 접촉을 끊고 현 이란 정권을 교체하기 위한 공세적 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내부 봉기 방식으로 이란 지도부를 교체하는 작전을 국방부가 공개.비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오는 28일 열릴 백악관의 고위급 회의에서 보다 진전된 대(對)이란 전략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란과 계속 교섭해 온 국무부도 이란이 28일 전까지 자국 내 알카에다 요원들을 정리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방부의 정권교체 방안을 수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국무부 관리들은 "국방부의 분석과 달리 이란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크지 않아 내부 봉기가 가능할지 미지수"라며 "이런 시도는 이란 내 개혁주의자들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무부는 최근까지 이란.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 및 이란 내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 조직원 색출을 위해 이란과 정기적인 접촉 채널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리야드 테러 직후 예정된 접촉 일정을 취소하는 등 이란과 거리를 두며 외교적 압박을 가했다.

국무부는 또 이란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 요원이 미국을 공격하는 행위와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양국 관계가 최악이 될 것임을 이란에 경고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알카에다 지휘부에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미국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트집"이라며 "9.11 테러 이후 이란 내 알카에다 조직원들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인계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 정부의 한 고위관리도 "이란 내 알카에다 요원은 정부의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북부 오지에서 활동하는 10여명뿐"이라며 "이란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