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에 경제제재·해상봉쇄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국의 대북 정책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정상 회담을 마친 뒤 "만일 북한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경우 더욱 강력한 조치(tougher measures)가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언급됐던 '추가적 조치'보다 한 단계 높은 수위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는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미국과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북한식의 '협박 외교'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표명한 것이다.

헤리티지 재단의 발비나 황 선임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강력한 조치'는 일단 북한이 추가적인 행동을 할 경우 경제제재나 해상 봉쇄 등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황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이 마약 밀매.위조지폐 제조 등 북한의 불법적 행동에 대해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한 것은 국가적 수입의 상당 부분을 거기에 의존해온 북한으로선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미국은 최종 수단으로서의 군사적 선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에 '한계를 넘지 말라'는 분명한 경고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은 북핵 회담의 형식에 대해서도 뚜렷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반드시 다자회담에 포함돼야 한다"고 못박은 것이다. 이는 앞으로 한.일이 빠진 추가 회담은 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북.미 회담을 토대로 다자 간 회담을 열 수 있다"는 북한 당국의 24일 성명이나 "미.북.중의 3자회담 틀을 당분간 유지하자"는 중국 외교부의 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오는 31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건립 3백주년 기념일에 후진타오(胡錦濤)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이 문제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주목된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앞으로 6월 중순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와 같은 달 18일부터 캄보디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지역포럼(ARF)이 북핵 사태 해결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참가하는 아시아 지역 포럼에 북한이 백남순 외무상을 파견해 북.미 외무장관 회담이 열린다면 북핵 파동 이후 양국 간 최고위급 접촉이 된다. 白외무상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파월 장관에게 메시지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