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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에서 살아보니]수준 높은 교육과 질서 의식…중국선 ‘문명도시’라 불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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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을 왜 속인다고 생각하세요?”

 항저우에 이사온 뒤 처음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였다. 베이징에서는 자잘한 거 하나를 살 때도 반드시 상인과 흥정을 해야 했던 버릇이 남아 있었던 터라, “나도 가격 다 안다. 외국인이라고 속이지 말라”고 큰소리를 쳤더니 항저우 상인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괜한 의심 말라”고 차분하게 대꾸했다.

 중국 내에서는 항저우를 ‘문명도시’라 부른다.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교통 질서를 정확하게 지키고 거리에 쓰레기 버리는 사람이 없다. 운전을 하고 다니다보면 양보 운전을 하는 사람도 자주 만나게 된다. 항저우 시민 스스로 깨끗하고 질서 의식이 강한 문화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중국 안의 북유럽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고향

항저우는 알리바바 그룹 회장인 마윈의 고향이기도 하다. 마윈은 외국 유학 경험이 없이 중국에서 대학까지 나왔는데, 특히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한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통역 없이 직접 영어로 답을 한다. 이런 마윈의 모습은 항저우의 영어 교육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곳 사람들은 영어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유학을 다녀오지 않고 중국 내 교육만 받아도 유창한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데 긍지를 느끼는 것 같다. 내가 교수로 재직 중인 항저우사범대는 마윈의 모교다. 이 학교 학생들도 영어 공부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대단하고 실력도 좋다.

 중국 전역에 한류 바람이 불고 있는데 항저우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뜨겁고 한국 사람에게 호감도 높다. 이미 종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같은 경우는 엄청난 열풍이었고, 예전 드라마인 ‘대장금’이나 ‘허준’ 등도 지역 채널에선 아직도 방영해줄 정도로 인기다.

 

숲과 호수…제주도 같은 풍광

가끔 한국 친구들이 ‘황사 심한 중국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걱정을 할 때가 있다. 항저우는 공기가 깨끗한 편이다. 온통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도시라, 처음 이사왔을 때는 제주도보다 공기가 더 깨끗하다고 느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공기가 탁해지더니 최근엔 서울보다 약간 깨끗한 정도로 느껴진다. HIS에서 학생들에게 ‘5KRun’ 같은 단거리 마라톤을 시킬 수 있는 것도 항저우의 맑은 공기 덕분이기도 하다.

 항저우의 풍경은 제주도와 비슷하다. 중국 남쪽에 위치해 날씨가 따뜻한 편이라 겨울에도 눈보다 비가 많이 내린다. 호수가 많아 공기도 약간 습한 편이다. 거리엔 야자수처럼 생긴 활엽수가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중국 사람들이 대거 제주도로 놀러다닌다지만, 항저우 사람들은 제주도 여행에 흥미를 못 느꼈다고 얘기하는 걸 자주 들었다. 제주도는 항저우와 비슷한 풍광이라 흥미가 덜했고, 오히려 서울의 역동적인 모습이 재미있었다고들 한다.

 항저우는 한인타운이 조성된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달리 중국인이나 외국인과 같은 동네에 섞여 산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한인타운 아파트 월세가 250만~300만원 정도라면 이곳은 집 상태에 따라 80만~4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방 4개짜리 30평형대 아파트여도 집 주인이 내부를 어떻게 꾸며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격을 받기 때문이다.

 물가는 한국과 비슷한 편인데, 옷이나 신발의 경우는 오히려 더 비싸다. 우리나라에서 5만원 정도 하는 티셔츠라면 이곳에서는 10만원 이상 내야 동일한 품질의 상품을 구할 수 있을 정도다. 대신 채소나 과일, 고기 값이 싼 편이고 질도 좋아 평균 생활비는 한국과 엇비슷하게 든다.

정리=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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