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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작품 설명 듣고, 함께 차와 디저트 즐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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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박재광 작가의 말라위 풍경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마다가스카르 카페 전경. 신동연 객원기자

요즘 화가·소설가와 사진·여행 작가 등이 손수 운영하는 ‘갤러리 카페’도 인기다. 기존 갤러리 카페는 미술품이 부수적인 장식용이었다면 요즘 많이 등장하는 갤러리 카페는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판매하고 음악·연극 같은 공연과 파티·벼룩시장까지 열리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작가들의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이니 크기나 명성은 작지만 매니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다양한 차와 디저트도 함께 즐길 수 있어 마을 사랑방으로도 인기다.

무료 사진전, 문화강좌 열어

서울 효창공원 옆에 둥지를 튼 ‘마다가스카르’에선 작가들의 사진전이 줄을 잇는다. 이 갤러리 카페의 주인은 빈곤 국가를 돕는 나눔여행 사진작가 신미식(54)씨다. 그는 카페 전시 공모전을 열어 선정된 작가들의 무료 사진전을 마련한다. 카페는 낡은 사진집·카메라·엽서 등과 마다가스카르에서 가져온 시트로앵 차가 분위기를 장식한다. 이곳에서 차를 마시면 머릿속은 낯선 외국 시골길을 걷는 상상의 나래를 편다.

일산 킨텍스 인근 먹자골목에 있는 쿠마씨(KUMA˚C)는 사진교실이다. 주인장인 사진작가 최금화(51)씨가 이곳에서 시민 대상으로 3개월 과정의 사진강좌를 연다. 인기가 좋아 현재 7회째 운영 중이다. 카페엔 수강생들의 작품들이 걸려 있다. 깔끔하고 우아한 분위기 덕에 TV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다.

우현아 미술작가가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옆에 연 ‘우현아 갤러리&카페’는 만화풍의 그림과 캐릭터가 일반인과 미술의 거리감을 좁혀준다. 카페 곳곳에 전시된 작가들의 그림이나 인쇄한 캔버스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미술작품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작가들의 작품을 응용한 아트 상품과 수작업으로 만든 의자·접시·카드거울·연필꽂이도 볼거리다.

파티 같은 공연의 무대로

작가들의 갤러리 카페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을 불러 파티 같은 공연을 연다. 김동영 여행작가가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인근에 연 ‘생선캠프’. 에세이·소설 등의 책과 낡은 레코드·CD·기타, 손때 묻은 사진과 포스터가 한쪽 벽을 장식한 카페지만 밤엔 공연장이 된다. 지난해엔 연주·연극 공연이 매달 열렸다. 인디밴드 크라잉넛의 김인수를 비롯해 DJ 파티도 열렸다. 한 번에 40여 명만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지만 공연 티켓이 판매 시작 4일 만에 매진됐을 정도다.

도심 속 카페촌 서울 부암동에 자리잡은 박상준(42) 여행작가가 연 ‘유쾌한 황당(黃堂)’도 카페 겸 공연장이다. 낮엔 그가 만든 여행도서·엽서·사진들이 눈길을 끌지만 밤이 되면 노래·연극·토크쇼가 펼쳐진다. 3평 남짓한 공간이라 공연자와 관객의 얕은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여서 공연이 끝나면 타인이 친구가 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중순 영등포에 문을 연 감성제곱은 이힘찬(28) 작가와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이학선(32) 바리스타가 함께 연 카페다. 그의 수필집 제목으로 간판을 내걸었다. 수필의 온라인 인기에 힘입어 오프라인으로 뛰쳐나온 사랑방인 셈이다.

작가는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고객들이 카페 우편함에 넣은 연애 경험담을 모아 작품에 반영하거나 게시판에 건다. ‘정말 보고 싶어’ ‘있잖아 사 사랑해’ ‘우리 서로에게 물들어’ ‘평생 잊지 않을게’ 등의 글귀가 씌어진 머그컵은 감성제곱의 상징이 됐다. 말로 하기 어려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연인들이 이 컵을 사용하러 찾는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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