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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긿잃음 주의보'…원인은 고사리

중앙일보

입력

 
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길잃음 주의보'를 내렸다. 관광객이 아닌, 제주도민들이 대상이다. 원인은 고사리다.

제주도는 해마다 봄이면 으슥한 숲에서 고사리를 캐다가 길을 잃은 주민들 때문에 119가 출동한다. 지난해 길을 제주도 소방안전본부가 접수한 "길을 잃었다"는 신고 135건 중 59%인 79건이 4, 5월에 발생했고, 그 대부분인 73건이 "고사리를 캐다가 길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숲이 우거진 제주도 동부 지역에서 일어났다. 지리에 익숙한 제주도 주민들이지만, 고사리를 찾아 숲을 헤매다 그만 길을 잃은 것이었다. 지난해 4월 12일엔 오모(73·여)씨 등 3명이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곶자왈 숲에서 길을 잃었다가 1시간 여 만에 119에 구조됐다. 같은달 28일 또다른 오모(69·여)씨가 서귀포시 표선면 인근에 고사리를 따러갔다가 길을 잃어 저체온증까지 일으킨 끝에 아들의 신고로 출동한 119에 발견됐다.

제주 숲에서 나는 고사리는 국내 다른 지역에서 나는 것보다 조선시대 수라상에 올랐다. 지금도 소매가가 1㎏당 10만원 안팎으로 여타 국내산보다 50%가량 비싸다. 지난해 구조된 김모(50·여)씨는 "쏠쏠한 용돈벌이 때문에 고사리에 빠지다보면 홀린 듯 깊은 숲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도 오상협 소방안전본부 구조주임은 “고사리 채취시 일행을 동반하고 휴대폰·호각 등을 휴대해야 한다”고 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beno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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