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함께 가야 멀리 간다" 신실크로드 윈·윈 강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일곱째)이 지난 28일 2015년 보아오 연례포럼에 참석한 외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넷째부터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 세르지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보아오 신화=뉴시스]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29일 막을 내린 보아오포럼에서 중국이 꿈꾸는 미래상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기조연설(28일)을 통해서였다.

 시 주석은 “아시아는 운명공동체”라고 규정한 뒤 경제 통합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일대일로(一帶一路) 경제권’의 범위는 아시아를 뛰어넘어 유럽과 아프리카에까지 이른다. 일대일로는 육상 실크로드(일대)를 따라 중앙아시아는 물론 유럽 대륙까지 아우르고,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따라 동남아~인도양~중동~아프리카까지 연결되는 거대 경제권이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구상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이미 6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가하거나 참가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구상이 성사되면 유라시아 대륙은 고속철도망을 통해 사통팔달로 연결되고 태평양과 인도양 곳곳에는 대규모 물류 허브가 새로 건설된다. 송유관·가스관·전력망 등 에너지 기반시설이 연결되고 참여 국가들간의 투·융자 보증, 통화스와프 확대 등 금융 일체화도 가속된다. 이처럼 방대한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겠다는 게 중국의 꿈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먼저 400억 달러(약44조원)의 뭉칫돈을 내놓고 실크로드기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미국의 견제를 뚫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주도해 역내외 국가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러다 보니 미국 등 서방은 일대일로 전략이 실크로드의 개념을 빌린 21세기판 중국의 패권 전략이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시 주석은 연설 곳곳에서 중국 패권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을 반복했다. “무릇 천지에 똑같은 것이 없는 것은 자연의 이치(夫物之不齊 物之情也)”라는 맹자의 구절을 인용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명 간에는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특징이 있을 뿐”이라며 일대일로 경제권이 문명 교류를 촉진하고 공동의 번영을 일궈내는 윈-윈 전략임을 강조하기 위한 인용이었다.

 “혼자 가면 빠르지만,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과 “한 그루의 나무론 바람을 막을 수 없다”는 유럽 속담을 인용한 것도 마찬가지 의미였다. "일대일로는 독주(獨奏)가 아닌 합창”이라고도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평화로운 발전을 추구한다는 결심에 변함이 없다”며 “중국은 근대 이후 100여년 동안 분쟁과 전화에 휩싸였는데 그 비참한 경험을 절대로 다른 나라, 다른 민족에게 강요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시 주석은 20여 분간의 연설에서 ‘협력’과 ‘평화’를 각각 30번, 19번 사용했다.

 이번 보아오 포럼에선 이른바 ‘뉴노멀’(신창타이·新常態)이란 용어로 표현되는 중국 경제의 전망과 과제도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10%대의 성장률을 넘나들던 중국 경제가 6~7%대의 중속 성장기로 접어든다는 뜻을 담은 이 용어는 중국 경제의 구조 개혁과 체질 강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로 양적 성장을 이뤄낸 중국 경제가 질적 변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뜻이다. 쩡페이옌(曾培炎) 전 중국 부총리는 “부동산이 성장을 이끌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태까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선 부동산 개발과 인프라 투자가 약 20%를 차지해 왔다.

◆보아오포럼=매년 3∼4월 중국 하이난(海南)성 보아오(博鰲)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의 국제회의. 올해 주제는 ‘아시아의 새로운 미래 : 운명공
동체를 향해’다. 중앙일보는 월스트리트저널·BBC·블룸버그 등 유력 매체와 함께 이번 포럼의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

특별취재팀=한우덕 중국연구소장, 예영준 특파원, 서유진 기자 yyju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