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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태권도복 수입 인연 … FTA 타결 땐 한몫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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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모레노 IDB 총재가 29일 부산 벡스코 2015 IDB연차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975년 김포공항. 한 중남미 청년이 한국 땅을 밟았다. 미국 대학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던 그는 태권도 도복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파는 회사의 일을 도왔다. 당시 그의 고향인 콜롬비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46달러로 한국(646달러, 1975년 기준)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 콜롬비아(7931달러, 2013년 기준)와 한국(2만5977달러)간 1인당 GDP 규모는 3배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40년 만인 지난 26일 방한한 그는 “한국의 경제 기적은 전 세계가 보고 배워야 할 성공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4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미주개발은행(IDB)을 이끌고 있는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62) 총재 얘기다.

 모레노 총재는 26~29일 IDB 연차총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서 두 차례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도시 디자인과 라이프 스타일이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회의를 제쳐 두고 부산부터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내수보다 수출로 성장 동력을 키웠고, 인적 자원을 활용해 개혁을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IDB에 2004년 가입했다. 79년부터 가입을 추진해왔지만 한국의 중남미 진출을 우려한 미국과 일본의 견제로 실패를 거듭했다. 원조 친한파인 모레노 총재는 그런 한국을 묵묵히 후원했다. 2005년 총재로 취임한 모레노는 가입 이후 첫 파견된 한국의 고위 공무원에게도 호의를 베풀었다. 그는 “정식 사무실을 배정받으려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주형환 당시 IDB 수석 자문관(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의 하소연을 듣자마자 직원을 불러 1시간 만에 방을 만들어줬다. 주 차관은 “2012년 한-콜롬비아 FTA 타결에서 부정적인 정치인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사람이 바로 모레노”라고 말했다.

 모레노 총재는 한국이 중남미에 더욱 투자하기를 기대했다. 그는 “중남미가 저성장기에 있지만 평균 연령이 27세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젊은 노동력을 갖췄고, 중산층이 인구의 12%를 차지해 소비층도 탄탄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 기업이 지난 10년간 중남미 제조업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여기서 증가한 중산층이 결국 한국의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소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이번 총회를 계기로 11억 달러 규모로 중남미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1년간 IDB 의장국을 맡아 각종 의제 논의를 주도하게 된다.

부산=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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