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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해명도 없이 교사·학부모 비하 '촌지 동영상' 교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교사ㆍ학부모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은 서울시교육청의 ‘촌지 근절’ 홍보 동영상이 교체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본지 보도(3월 20일자 2면) 후 일주일여 만이다.

교체 전까지 시교육청 홈페이지(www.sen.go.kr) ‘서울교육영상’ 코너엔 교사와 학부모가 촌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그린 청렴 홍보 동영상이 올려져 있었다. 이 동영상에는 교실에서 혼자 울고있는 아이가 등장한다. 이어 복도와 교실, 주차장에서 촌지를 주고받는 교사ㆍ학부모의 모습이 겹쳐진다. 손을 맞잡고 웃다가 화면이 비칠 때마다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다. 이어 “교육은 깨끗해야 합니다”란 내레이션과 함께 ‘서울교육청이 쳥렴 무결점 운동을 펼칩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일벌백계 합니다’란 자막이 나온다. 이 동영상은 대역 모델을 섭외해 지난해 12월 시교육청 대변인실에서 만들었다.

교체된 ‘촌지 근절’ 홍보 동영상 [사진 서울시교육청 ‘촌지 근절’ 홍보 동영상 캡처]

동영상이 확산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단체는 “교사를 비하하는 해당 동영상을 삭제하라”며 항의 시위를 열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19일 시위에서 “교사를 망신주고 범죄 집단으로 모는 교육청은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홍보 동영상을 지지하고 교총 시위에 반대하는 성격에 시위를 열어달라고 요총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동영상은 27일 오후 6시 30분쯤 새 동영상으로 교체됐다. 현재 올라온 동영상은 1분 39초 분량의 애니메이션이다. 교사에게 촌지를 줘야하나 고민하는 학부모가 등장한다. 빈손으로 학교에 들렀는데 밝게 맞아주는 교사에게 감동하는 장면과 함께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마지막엔 ‘선생님과 학부모가 만나는 날, 마음만 가지고 오세요’란 자막이 흐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굳이 현장 교사들의 마음에 불편을 드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모아져 교체했다. 새 동영상은 대변인실에서 직접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8월 10만원 이상 촌지를 받으면 중징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5일엔 1원만 받아도 징계토록 하고, 촌지를 신고한 사람에겐 최대 1억원까지 포상하는 내용의 촌지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김영란법’보다 강력해 주목받았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a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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