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 자살비행 막기 위해 '조종실 2인 규정'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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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사고가 부기장이 의도적으로 여객기를 추락시켰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항공업계에서 조종실 관련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저가항공사인 영국의 이지젯은 ‘조종실에는 비행중일 때 반드시 2명이 상주해야 한다’는 새 규정을 27일부터 즉시 적용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기장과 부기장 중 한 명이 조종실을 비우면 다른 승무원이 자리를 대신하도록 한 것이다. 이밖에도 중동 최대 항공사인 에미리트 항공과 에어 캐나다, 영국의 모나크 항공, 노르웨이 저가항공사인 노르웨이 에어 셔틀 등도 ‘조종실 2인’ 규정을 새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민간항공국(CAA)도 “조종사 한 명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조종실을 벗어나면 미국처럼 다른 승무원이 대신 조종실을 지키도록 하는 의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민항사들에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독일 루프트한자의 CEO 카르스텐 스포르는 “독일 연방항공청(LBA)이 주관하는 회의에서 조종실 상시 2인 운영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항공기 보안을 단기간에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항공사는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조종사 2명 중 한 명이 조종실을 벗어나면 다른 승무원이 대신 조종실에 들어가야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번 사고로 기장의 조종실 진입을 막았던 조종실 문 보안 체계도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9ㆍ11 테러 당시 테러리스트들이 조종실을 점령했기 때문에 조종실 문은 총격, 수류탄 공격에 견딜 수 있게 제작됐다. 항공기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서 보듯이 이와 같은 보안 체계가 오히려 기장이 조종실에 들어가서 사고를 막는 것을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항공 전문가인 데이비드 글리븐 영국 가디언지에 “이번 사고로 항공사들이 조종실에 승무원을 함께 두는 방안을 도입하려고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종실 보안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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