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양주 "송전탑 신설 결사반대" …‘제2 밀양’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24일 여주시 전북리 주민들이 신경기변전소 후보지 입구에 초소를 세우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마을 바로 앞으로 고압 송전선로가 지나 그렇잖아도 늘 불안한데 마을 뒤로 또다시 송전선로를 놓으면 우린 어떻게 살라는 말입니까.”

 한전이 동두천복합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양주시 장흥면 양주변전소까지 보낼 고압 송전탑 86개를 새로 세우기로 하면서 송전선로가 지나게 될 동두천시와 양주시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전이 신울진원자력발전소의 전기를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경기 동부 지역에 신경기변전소를 짓기로 한 데 대해서도 예비후보지 5곳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결사 반대를 선언했다.

 송전선로와 변전소 설치를 둘러싸고 경기 북부와 동부 지역 곳곳에서 한전과 주민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양측 입장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일각에선 ‘제2의 밀양 사태’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전은 최근 수도권 전기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동두천화력발전소~양주변전소 36.7㎞ 구간에 345㎸의 고압 송전탑을 2019년 4월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을 마련한 뒤 마을별로 주민설명회를 여는 등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한전은 내년 3월까지 설계측량과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뒤 2017년 착공할 방침이다.

 하지만 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게 될 지역 주민들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두천시 탑동동 주민들은 최근 반대 서명작업에 들어간 데 이어 이번 주말엔 마을 입구에 현수막도 내걸 예정이다. 변전소가 들어서 있는 양주시 장흥면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종용(57) 삼하리 이장은 “2007년 변전소가 들어선 뒤 암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주민들이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며 “지금도 마을 반경 2㎞ 내에 송전선로가 5개나 지나는데 추가로 들어설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주시와 시의회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시의회는 조만간 반대 결의안도 채택할 계획이다. 이희창(55) 양주시의원은 “양주시에 들어서 있는 271개 송전탑에 62개가 추가되면 환경 훼손은 물론 시민 건강과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주거 지역과 장흥·송추 국민관광지 주변은 지중화하고 나머지 구간은 기존 노선을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신경기변전소 예비후보지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여주시 금사면 전북리와 산북면 후리 주민 50여 명은 지난 18일 서울 명동 한전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최근엔 주민과 시민단체·종교단체 등으로 공동대책위도 꾸렸다. 여기엔 천주교·기독교·불교·원불교·천도교 등 5대 종단이 모두 참여했다.

 윤원상(51) 전북리 이장은 “후보지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주민들이 돌아가며 초소를 지키고 있다”며 “전면 백지화될 때까지 투쟁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양평·광주·이천 등 다른 후보지 주민들과 공동 대응 을 모색하는 한편 6월까지 경기도민 100만 명 서명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송전탑 건설비가 1㎞당 20억원씩 드는데 이를 지중화하면 사업비가 10배 이상 들게 된다”며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반대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며 접점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익진·임명수 기자 ijj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