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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 재규어 218만원에 사 보험금 1억2700만원 타내

중앙일보

입력

A씨가 자신의 소유인 재규어 차량으로 2009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사고 보험금을 탄 건 13번에 달한다. 수리비 명목으로면 1억2700만원을 타냈다. A씨는 재규어 차량을 불과 218만원에 샀다. 타 낸 보험금이 차 구입비의 60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런 헐 값으로 살 수 있었던 건 재규어가 사고로 전손 처리된 차였기 때문이다. 전손이란 수리비가 차 값보다 많아 보험사가 폐차처리 한 차량을 일컫는다. 차를 산 뒤 먼저 차량번호를 바꿨다. 사고이력 조회가 안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4000여만원의 차량가액으로 자차보험에 가입했고 연이어 고의 사고를 냈다.

이런 식으로 페차 처리된 외제차를 싼 값에 사들여 보험사기에 활용한 혐의자 20명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감독당국이 2009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 사이 전손처리 이력이 있는 외제차 가운데 차량번호가 바뀐 경우를 정밀 분석하는 기획조사를 벌이면서다.

적발된 혐의자들은 13대의 외제차로 최근 5년간 117건의 고의 사고를 내고 13억원의 보험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혐의자 1인당 평균 5.8건의 사고를 내고 보험금 6500만원을 타낸 셈이다. 이들이 전손 외제차를 사는데 들인 비용은 평균 1563만원이었다. 이 중 1억원 이상 보험금을 타낸 혐의자도 A씨를 비롯해 4명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발된 혐의자 중에는 정비업체 관계자거나 중고차 딜러와 연계된 것으로 확인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들 혐의자를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사고를 목격하거나, 직접 피해를 입은 경우 보험범죄신고센터(금감원 콜센터 1332ㆍ홈페이지 http://insucop.fss.or.kr)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보험개발원은 이달내 ‘자동차보험 차량번호 이력별 사고조회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차량번호가 바뀌더라도 현재의 차량번호만으로도 과거 자동차 사고 이력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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