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옴부즈맨 코너] 제조업이 가야할 길 잘 보여준 ‘무라타제작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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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호 38면

3월15일자 중앙SUNDAY 1면 ‘돈보다 작품 만들기 위해 한 우물 팠다’는 세계 콘덴서 시장을 제패한 일본 전자부품 메이커 무라타제작소를 다뤘다. 2세 경영인 무라타 쓰네오 사장은 “1944년 설립 이후 긴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모노즈쿠리 정신의 결과”라며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를 직역하면 ‘물건만들기’ 지만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장인정신’을 일컫는다.

무라타 사장의 예기치 않은 솔직한 답변도 재미있었다. 그는 “경쟁사인 삼성전기는 시장점유율 20%로 2위인데도, 계열사 제품만으로 100% 조달하지 않는다는 삼성 정책 때문에 우리가 덕을 보고 있다”며 “내 스마트폰도 삼성 갤럭시”라며 훈훈하게 인터뷰를 맺었다.

3면의 ‘김영란법 여론지지 높다고 위헌이 합헌되지 않는다’ 기사에서는 김영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마자 헌법소원을 낸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신임 회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는 “공직자 부패를 막는 김영란법 자체는 환영한다”면서도 “공무원 비리를 근절하자면서 민간영역인 언론을 적용대상으로 포함하고, 부정청탁의 개념이 불분명하며, 배우자가 부정청탁을 받았을 때도 처벌하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적 사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기사가 시의적절했던 것은 물론 깔끔한 표가 보기좋았다.

15면 ‘19세기 중반 유럽 중산층, 휴가와 여행의 맛에 빠져들다’ 칼럼은 제임스 앙소르의 재미있는 그림 ‘오스텐드에서의 목욕’이 우선 눈길을 끌었다. 1841년 영국의 토머스 쿡이 500명을 모집해 떠난 19km 기차왕복여행이 상업화한 첫 단체관광이라는 이야기도 그림만큼 흥미로웠다.

28면 ‘세상을 바꾼 전략’ 시리즈는 ‘애송이 옥타비아누스를 황제로 만든 의인물용 전략’이라는 제목 아래 BC44년 원로원 의원들에게 시해되는 카이사르를 다뤘다.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말로도 유명한, 아주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말라’ 는 용인물의(用人勿疑), 그리고 의심스러우면 쓰지 않는다는 의인물용(疑人勿用)의 비교를 통해 새로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또 24면 심리학으로 소설읽기 컬럼에서는 오랜만에 토마스 하디의 『테스』를 다시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한국에서 10년을 살아온 알파고 시나씨 터키 지한통신 한국특파원이 쓴 31면 ‘한국이 진짜 국제화하려면’ 칼럼은 홍익인간을 언급하는 논리전개가 아주 능숙했다. 그러나 ‘전세계에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로 그 역사가 매우 짧아 한국인들에게 국제화 마인드가 없다’라는 식의 다소 왜곡된 접근이 아쉬웠다.



조유현 서울대 신문학과를 나와 성균관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광고대행사와 출판사·잡지사 편집자를 거쳐 현재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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