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 리포트] ‘놀 권리’ 누리는 해외 어린이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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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비영리 단체 ‘Play England’는 놀이의 날에 다양한 야외 행사를 열며 아동의 놀 권리를 상기시킨다. 마시멜로 굽기는 인기 행사 중 하나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권리’ 속에 여러분을 위한 ‘놀 권리’가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놀 권리’는 1922년 세계아동헌장에 처음 명시됐을 정도로 역사 깊은 개념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놀 권리’는 빈약합니다. 지난해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한국아동권리학회와 함께 조사한 결과 ‘놀이와 여가가 자신의 권리’임을 모르는 어린이·청소년이 50.4%에 달했습니다.

두 기관은 최근 『한국 아동의 놀 권리 현주소와 대안』 연구 보고서도 발간했습니다. 보고서에 담긴 외국의 놀이와 여가 실태 및 정책을 소개합니다.

글=임태령 인턴기자, 사진·자료=유니세프한국위원회·한국아동권리학회

영국 | 국가가 지원하는 놀이

영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아동의 놀이를 지원합니다. 2007년에 처음 ‘Children’s plan(아동의 계획)’이란 정책을 만들어 놀이 지원 계획을 세웠어요. 2008년 발간한 『Play Strategy(놀이 전략)』보고서를 보면 “공평한 놀이(fair play)”를 강조합니다. 사회경제적 지위나 인종, 사는 곳, 학력, 종교, 장애 등 그 어떤 이유로도 놀 기회를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죠. 영국의 놀이 정책의 중요한 전제 중 하나는 “아동기는 반드시 즐겁고 활동적이어야 하며 건전하고 긍정적 활동을 통해 개인적·사회적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무엇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자유로운 놀이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다고 보죠. 영국 정부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체계적으로 아동 놀이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뿐만 아니라 놀이터를 아동들과 함께 설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으며 공원을 늘려 주거지 전역을 아동 친화적으로 만들고 있어요. 8월 첫째 주 수요일을 ‘놀이의 날’로 지정하고 ‘거리놀이 프로젝트’도 실시합니다.

독일 | 학교 밖 교육은 놀이터에서

놀이터는 삶을 배우는 실험실이고 놀이문화는 폭넓은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는 믿음이 독일의 놀이 교육 철학입니다. 베를린시는 학교 교육만으로는 깊고 폭넓은 사고방식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 ‘베를린: 가족 우호적 도시’라는 콘셉트로 자연 속 놀이·문화 공간을 충분히 제공해 학교 밖에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한답니다. 18세 이하 아동들이 놀이터에 관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놀이터 정보제공 사이트(www.stadtentwicklung.berlin)도 만들었죠. 공공 놀이터 1850개가 등록돼 있으며 그 종류도 6세 미만의 유아 놀이터, 일반 공공 놀이터, 공놀이 공간 및 스케이트보드 연습장, 교육 지도를 받을 수 있는 놀이터 등으로 다양합니다. 또 각 놀이터의 공간 수용 현황, 놀이 지도 계획, 놀이터 공간 설계에 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영감을 주는 독일 베를린시의 공공 놀이터.

일본 | 놀이 부족을 해결한 모험 놀이터

놀이터에 그네와 시소, 미끄럼틀이 없다면 어떨까요. 일본에는 놀이터에 대한 편견을 깨는 ‘모험 놀이터’가 있습니다.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논다’는 이념으로 시소나 그네 대신 아이들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물놀이, 불놀이, 나무타기, 나무 공방 등의 활동을 마련했죠. 놀이란 누군가의 강요나 짜놓은 프로그램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로운 활동이란 가치를 담았어요. ‘플레이 리더’라 불리는 도우미가 있어 나무타기나 불놀이 같이 위험한 놀이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현재 모험 놀이터는 놀이 기능뿐 아니라 아이들 보육에 지역사회 커뮤니티 기능까지 맡고 있습니다. 운영방식도 지역 특색에 맞게 바꾸고 있지요. 모험 놀이터는 도시화로 인한 아동 놀이 부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1979년 도쿄에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지금까지 약 270개가 건립돼 새로운 놀이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모험 놀이터

아일랜드 | 놀이는 삶에 필수 요소

아일랜드에는 전환 학년제(Transiton year)가 있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교 과정에 들어가기 전 1년간 정규 교과가 아닌 통합적인 놀이를 하는 제도입니다.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성적에 대한 압박이 심각해 사회 문제가 됐던 1974년 도입됐죠. 전환 학년제 1년간은 스포츠 활동, 팀 훈련 같은 야외 활동, 실험·실습 같은 집단 활동에 참여합니다. 아일랜드 정부는 2011년 놀이가 아동의 삶에 필수라고 선언하며 성별·인종·문화적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교류할 수 있는 아동·청소년 카페와 프로젝트, 놀이 시설에 대해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놀이의 날’을 지정해 라운더(야구와 비슷한 구기 종목), 미니 올림픽, 테디베어 소풍(가족과 함께 테디베어 인형을 들고 공원에 나와 노는 프로그램), 보물찾기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국 어린이를 위한 ‘놀 권리’ 캠페인
12세 되기 전 해야 하는 50가지 놀이

영국 내셔널트러스트는 ‘12세가 되기 전에 해야 하는 50가지 놀이’라는 캠페인을 만들어 집 밖 놀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소중 독자들은 다음 중 어떤 놀이를 해 보았나요.

나무 오르기-언덕에서 굴러 내리기-야영-나무 은신처나 동굴 같은 아지트 만들기-물수제비-비 맞으며 뛰어 다니기-연날리기-그물로 고기 잡기-사과 따기-상수리 열매 쪼개기-눈싸움-해변에서 보물찾기-진흙 파이 만들기-개울에 둑 쌓기-썰매타기-달팽이 경주-밧줄 그네-풀피리 만들기-손바닥에서 새 먹이 주기-벌레 잡기-야생동물 추적-부엉이 기르기-게 잡기-야간 자연관찰-채소 길러 먹기-바다 수영-뗏목 만들기-암벽 등반-성냥 없이 불 피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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